키덜트(Kidult·어린이 취향을 가진 성인)에게 통하는 명언이다. 귀여운 캐릭터와 장난감 앞에 모두 복종하고 항복한다. 그리고 지갑을 연다. 유명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지폐 다발을 흔들며 외친다. “셧 업 앤드 테이크 마이 머니(Shut up and take my money).” 일단 조용히 하고 내 돈이나 가져가라는 뜻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캐릭터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작년 20~30대의 캐릭터 상품 소비 규모는 1조9100억원이다. 2015년 4800억원에서 네 배 증가했다. 한국 캐릭터 상품 시장 전체 규모는 12조원에 달한다.
조사에 응한 한 20대 여성은 카카오프렌즈의 분홍색 복숭아를 닮은 캐릭터 ‘어피치’로 폰 케이스부터 인형, 쿠션, 칫솔, 컵, 밥그릇, 잠옷, 에코백, 가습기, 선풍기, 스피커까지 구매했다. 캐릭터 상품 구매 이유에 대해 그는 “나에겐 명품은 필요 없고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며 “나한테 어떤 게 더 가치 있는지 따져서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키덜트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성인의 캐릭터 상품과 장난감 구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NPD그룹 조사 결과 작년 미국 완구업계의 전체 매출은 251억달러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NPD그룹은 “성인 사이에서 ‘포켓몬’ ‘매직: 더개더링’ 같은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 관련 제품의 판매 증가가 매출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덴마크의 레고그룹은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역대급 실적에 레고는 전 세계 40개국에 근무 중인 직원 2만 명에게 추가 휴가 3일과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다. 영국 최대 모형 기차 업체 혼비는 9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플레이모빌 제조사인 독일의 브란트슈테터그룹도 작년 매출 7억6000만유로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5월 5일은 ‘어른이의 날’이 된 지 오래다. SNS 인스타그램에 ‘#어른이’를 검색하면 23만4000건이 넘게 나온다. 조카나 자녀가 아니라 자신이 갖고 놀 장난감을 사고 인증한 게시물이다. 이달 25일 연말 상여금을 털어 구매할 귀여운 크리스마스 선물을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는 모두 키덜트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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