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도체 "세계 1위 팹리스 기업 될 것"

입력 2021-12-02 18:03   수정 2021-12-03 01:50


제주도가 연간 해외로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흔히 떠올리는 갈치도 아니고 감귤도 아니다. 다름 아닌 반도체다. 2011년부터 10년 연속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반도체가 제주 전체 수출의 50~60%를 차지하는 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제주반도체 덕분이다. 제주반도체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설계와 개발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 제주 제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는 “제주 수출 1위를 넘어 5년 내 전 세계 팹리스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국적 유일 팹리스
제주반도체는 자체 설계한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를 외주 생산 후 판매한다. 월간 웨이퍼 생산량은 4000장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앞으로 생산량을 1만5000장까지 끌어올려 대만 이에스엠티(ESMT·1위)와 미국 아이에스에스아이(ISSI·2위)를 제치고 세계 팹리스 시장을 제패한다는 게 박 대표의 구상이다. 제주반도체는 유일한 한국 국적 팹리스다.

생산량 확대를 기반 삼아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등 박 대표의 계획은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주반도체는 올해 3분기(누적) 매출 1883억원, 영업이익 19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166% 늘어났다. 그는 “세계적인 핵심 반도체 수급난 때문에 주문 물량의 70%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적잖이 성장했다”며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데, 1년 만에 30%가량 오르면서 수익성도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퀄컴과 인텔 등이 만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급 개선이 빨라질수록 내년 실적도 덩달아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AP는 PC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핵심 반도체다.
종합 메모리 솔루션 업체로 성장
제주반도체는 다양한 반도체 중에서도 저전력 저용량 메모리반도체에 특화돼 있다. 이런 반도체는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기업은 생산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제주반도체의 올해 실적이 좋아진 건 이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되면서 수요 확대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를 켜고 세탁기를 작동시키는 등 사물 간 통신이 늘어나고 있고 이런 통신에 필요한 반도체는 대부분 제주반도체가 잘 만드는 저전력 저용량 반도체”라고 말했다. 제주반도체는 팹리스이지만 자체 테스트 솔루션은 물론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있어 불량률을 제어하는 데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년간 공급해 온 칩이 10억 개를 넘지만 치명적인 불량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주반도체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영업을 담당했던 박 대표가 삼성전자를 나와 2000년 4월 창업한 회사다. 당초 사명은 이엠엘에스아이였는데 서울에서 제주로 본사를 옮기면서 지역 이름을 본떠 지금 사명으로 바꿨다. 5년 내 세계 팹리스 시장을 제패하는 동시에 ‘종합 메모리 솔루션 공급업체’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제주반도체의 목표다. 그는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벌리고 세계 1위 팹리스로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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