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주택자 및 투기세력을 겨냥해 법인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면서 사업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빌라 건설, 아파트 리모델링 등 투기세력과 무관한 정상적인 개발 사업까지 세금이 4~10배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신규 주택 공급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법인 종부세율이 크게 강화됐다. 2주택 이하는 3.0%, 3주택 이상은 6.0% 등 주택 수에 따라 최고 세율을 적용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주택 0.6~3.0%, 3주택 이상은 1.2~6.0%로 일반 누진세율을 부과했다. 세 부담 상한도 폐지되고 기본공제액 6억원까지 없어져 세금 부담이 10배까지 늘어나는 사례도 있다.
다만 정부는 투기목적과 상관없이 정상적인 사업을 위한 법인의 주택 소유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공주택사업자나 재건축·재개발, 소규모 정비사업 등이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법의 취지나 형평성 차원에서 주택건설사업자에도 일반 세율을 적용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빌라 등을 활용해 서울 임대차시장 안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앞뒤가 안 맞는’ 세금 부과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의 대체재로 꼽히는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세금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종부세와 함께 강화됐던 취득세 중과조치의 예외를 적용받지 못해 세금을 최대 네 배가량 더 내게 돼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리모델링 사업 등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법인을 세워 미동의자 주택을 매입한다. 예를 들어 시세 10억원인 미동의 가구 250가구가 있다면 이전에는 해당 주택을 사들이고 취득세 75억원(세율 3%)을 내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 비용이 300억원(세율 12%)으로 늘었다.
지방세법 시행령은 ‘멸실목적으로 한 주택’에는 취득세 중과 예외를 적용해줬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골조를 남기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멸실이 불가능하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매입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세금 부담까지 더해져 사업 추진이 어려운 단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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