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明暗)의 대비가 선명하다. 인터넷과 컴퓨터 서버, 전화선, 해저 통신 케이블 등 네트워크 연결 수준을 표시한 지도로 바라보는 세계는 남다르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동부지역은 눈이 부실 정도다. 동아시아는 해안가에 밝은 불빛이 몰려 있고, 육지 대부분은 여전히 어둠 속에 묻혀 있다. 아프리카는 오늘날에도 ‘검은 대륙’일 뿐이다. 지도로 실상을 파악한 세계는 절대로 평평하지 않다.
《앞으로 100년》은 100여 장의 지도를 통해 세계의 현재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세계화 분야 전문가인 이언 골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도시학자며 안보전문가인 로버트 머가 이가라페연구소 설립자가 공동으로 썼다. 세계화와 기후, 도시화, 인구, 이주, 식량 등이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한 장의 그림이 백 마디 말보다 진실을 더 잘 전할 때가 있는 것처럼, 과묵하고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지도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수많은 진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몰랐던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알고 있다고 여기던 진실도 이전과 달리 보인다. 지도는 우리에게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필수 도구다.
지도가 전하는 실상은 심각하다. 히말라야의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다. 1984년과 2019년 NASA 위성이 촬영한 사진은 장엄한 순백색의 빙하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2018년 몇 주 동안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스톡턴, 새크라멘토는 산불 탓에 지구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가 됐다. 산불 지도는 연간 10만 건의 산불이 미국을 달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도와 도표는 누가 ‘악당’인지도 분명히 보여준다. 1988~2015년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세계 100대 오염 유발자’ 중 1위는 중국이 소비한 석탄이었다. 중국이 석탄을 때면서 나온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4.3%에 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4.5%), 러시아 가스프롬(3.9%), 이란 국영석유공사(2.3%), 미국 엑슨모빌(2%) 등을 합쳐도 중국에 비할 수 없다. 10위(1.7%)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까지 더하면 중국의 책임은 더욱 커진다.
중국의 그림자는 지도 곳곳에 드리웠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화다. 1980년 중국인의 18%만 도시에 거주했지만 2017년에는 그 비율이 58%로 높아졌다. 중국에는 662개 도시가 있고, 그중 160곳에 100만 명 이상이 거주한다. 미국에선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가 10개에 불과하다. 앞으로 중국의 도시화가 더욱 가속화해 2030년에는 세계 도시 거주자의 20%가 중국인이 될 전망이다. 탄소배출 증대와 불평등의 확대도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지도를 ‘1차원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지도를 ‘읽는’ 것은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에는 ‘취급 주의’ 경고가 붙어 있다. 지도에 담긴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지도는 뭔가를 드러내는 만큼이나 뭔가를 감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도에 무엇이 포함되지 않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모든 지도는 현실을 완전히 투영하지 않으며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위성사진을 보면 아마존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지역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열대우림 지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일 작물 경작이 확대돼서다. 브라질에서는 산림 벌채로 1분에 축구장 2개 면적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지도에 표시된 결과만을 보고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높은 기대수명과 뛰어난 학교 시험성적을 기록하는 나라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혜택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늘어난 제3세계 난민이 선진국으로 ‘범람’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난민 대부분은 인접국으로 몰린다.
어떤 지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지도는 결코 중립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 아무리 상세한 지도도 결국은 한 장소의 특성을 기호로 재현한 것일 뿐이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겐 탐험하고 생존해야 할 새로운 미지의 땅을 소개하는 지도가 계속해서 필요하다. 낡은 지도로는 결코 세상을 탐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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