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 출판사 대표인 하응백은 인생을 이렇게 통찰한다. 이 말의 원조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다. 대결을 앞두고 도전자가 뭐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 in the mouth.” 턱을 맞고 KO가 되면 개뿔, 계획이 다 무슨 소용인가.
《개뿔 같은 내 인생》은 1991년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저자가 30년 만에 처음 내놓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책의 대부분은 계획대로 못 산 이야기다. 계획대로 살았다면 겨울마다 바하마 제도에서 낚시를 즐겼을 터”라며 “다 개뿔이다. 그래도 계획대로 살지 못한 게 다행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허무주의로 보이지만 속내용은 다르다. 저자는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사건에서도 삶을 고찰한다. 낚시광으로 소문난 그는 낚시에서 인간의 잔인함을 발견한다. 동종 포식을 하는 어종인 갈치를 잡으려고 꽁치를 미끼로 쓰고, 우럭 낚시엔 잘게 자른 오징어를 쓴다. 이제는 먹지도 못하는 가짜 미끼를 사용한다. 저자는 “물고기 한 마리 속이려고 인간은 혼신의 힘을 다한다”며 “잔인한 낚시꾼에 의해 인류 문명이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조선시대 문신 윤두수의 시문집 ‘오음유고’를 해설하며 인생을 짚고 시인 황동규, 소설가 김주영 등 국내 문인들의 작품을 꼼꼼히 평론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자유분방한 문체로 자기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내용이 가볍진 않다.
경희대 국문과 교수 출신인 저자는 1990년 처음 강단에서 학생들을 마주할 때 남성 중심적이었던 자신을 반성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꼰대’의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젊은 세대가 주인의식을 갖도록 우리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