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刷). 같은 저작물을 인쇄한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책을 출간한 작가라면 자신이 낸 책이 쇄를 달리해 계속해서 독자들과 만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2쇄'를 찍는 책도 흔치 않고, '수십 쇄'를 찍었다고 하면 다른 눈으로 쳐다보게 되는데요.
30년간 무려 누계 '3000쇄'를 찍은 작가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프랑스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입니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베르베르의 저작물들이 이달 들어 발행 누계 3000쇄를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그를 소개한 '개미' 데뷔 30주년에 베르베르의 전 번역본이 누계 3000쇄 돌파한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고 합니다.
그간 베르베르의 작품은 1993년 번역 출간된 ‘개미’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총 1250만 부 이상 판매됐습니다. 그중 ‘개미’, ‘뇌’, ‘신’, ‘나무’는 각각 누적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넘기는 대히트를 쳤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베르베르의 인기가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됐고, 세계적으로는 2300만 부 이상이 판매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작가의 책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팔린 셈입니다. 베르베르는 2016년 교보문고가 10년간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 판매량 집계에서 1위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베르베르는 출판사에 전한 인사말에서 "나는 작품을 쓸 때 언제나 한국에 있는 독자들이 읽어 줄 것을 염두에 두고 쓴다"고 말했습니다.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탄이 늘어나는 시대에, 한국 출판사에 의미깊은 기록이 세워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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