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디젤차량 운행을 ‘멈춤’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요소수 공급난이 고비를 넘긴 분위기다. 우리말에서 ‘요소수’가 부각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략 2010년 전후로 친환경 기술이 강조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어사전에는 아직 오르지 못했지만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국립국어원)에 등재돼 단어로서의 ‘자격’을 살펴보는 단계다.
요소수와 휘발유에 적용된 L은 리터를 표시하는 기호다. 미터법에 따른 부피 단위를 나타낸다. 리터와 함께 미터, 킬로그램, 제곱미터 등이 일상에서 비교적 자주 쓰는 단위다. 각각 길이, 무게, 넓이를 나타내는 데 쓰인다. 기호로는 m, kg, ㎡다. 문자에 비해 간결하면서도 도드라져 눈에 잘 띈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 기호라는 게 기표(시니피앙)로서의 장점이다.
언론 보도를 유심히 보면 리터는 대부분 L을 쓰는데, 일부에서 ℓ을 쓴 게 눈에 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바른 표기가 아니다. 단위기호도 철자법과 같아서 국제적으로 약속된 기호를 써야 한다. 리터의 경우 대문자 정자체인 L(또는 소문자 l)을 쓰도록 돼 있다. 소문자 필기체(이탤릭체)인 ℓ은 공인되지 않은, 변칙적 기호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미터법 계도에 박차를 가한 2000년대 후반만 해도 리터 표기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 신문에서도 오랫동안 써오던 리터 기호 ℓ을 버리고 L을 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2007년 6월 ‘홍성호 기자의 말짱글짱 - 평과 근의 퇴출’ 참조).
리터 역시 처음에는 소문자 ‘l’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라비아 숫자 ‘1’과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자연스레 필기체 ℓ이 대안으로 사용된 것이다. 예전에 신문에서도 리터를 ℓ로 적은 것은 그런 까닭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국제표준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국제도량형총회에서 리터에 한해 대문자 L도 함께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1979년 일이다. 고유명사에서 온 말은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대문자 표기를 허용한 것이다. 우리 언론에는 그후로도 한참이 지난 2010년대에 들어서 점차 그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61년 계량법을 제정해 미터법을 법정단위로 공식 채택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줄곧 전통적인 도량형 단위가 함께 쓰였다. 이른바 ‘척관법’이라고 하는 게 그것이다. 척관법에서는 길이는 자(한 자는 약 30㎝) 또는 척(고유어인 ‘자’에 해당하는 한자어)을, 넓이는 평(1평은 약 3.3㎡), 부피는 되(한 되는 약 1.8L)와 말(‘되’의 10배), 무게는 근(한 근은 약 600g)이나 돈(한 돈은 약 3.75g)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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