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名不虛傳 (명불허전)

입력 2021-12-06 10:00   수정 2021-12-10 14:00


▶ 한자풀이
名 : 이름 명
不 : 아닐 불
虛 : 빌 허
傳 : 전할 전


이름은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름이 알려진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음 - 《사기(史記)》

중국 전국시대에 이른바 ‘전국사공자(戰國四公子)’가 있었다. 제나라 맹상군, 조나라 평원군, 위나라 신릉군, 초나라 춘신군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식객 3000여 명을 거느리고, 인재를 초빙해 우대하고, 의리를 중시한 인물들이다.

이 중 맹상군(孟嘗君) 전문(田文)은 제(齊)의 왕족으로 진(秦), 제(齊), 위(魏)의 재상을 역임한 실력자였다. 식객(食客)을 대등하고 진솔하게 대우해 다양한 재주를 지닌 사람들이 그의 영지(領地)로 모여들었다. 《사기(史記)》에는 맹상군이 식객들을 얼마나 잘 대우했는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일화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는 손님을 접대할 때에는 병풍 뒤에 늘 보좌하는 이를 두었고, 손님에게 거처하는 곳이나 친척 등에 관해 묻는 내용을 기록하게 했다. 그리고 손님이 떠나면 사람을 보내 집안 형편을 살펴 그 친척들에게 선물 등을 보내주었다. 어느 날은 맹상군이 밤에 손님들과 함께 밥을 먹는데, 한 손님이 맹상군만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오해하여 떠나려 했다. 그러자 맹상군이 스스로 밥상을 가져와 비교하니 손님이 부끄러워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이 일로 수많은 재주를 지닌 사람들이 맹상군에게 더욱 몰려들었고, 맹상군은 손님을 가리지 않고 잘 대우해 사람마다 모두 맹상군이 자기와 친하다고 여겼다. 이 때문에 그가 진(秦) 소왕(昭王)의 초빙을 받아 재상이 되었다가 모함을 받아 진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유래한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고사(古事)처럼, 그에게는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과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 등 온갖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계명구도는 ‘닭 울음소리와 개 도둑’이란 뜻으로 하잘것없는 재주도 쓸 곳이 있음을 일컫는 고사성어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列傳)에서 “맹상군이 객을 좋아하고 스스로 즐거워했으니 그 이름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이름은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뜻의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표현이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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