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질환의 발병을 20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스웨덴 연구진이 제안했다.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두 가지 유형의 아포지 단백질의 비율을 이용하면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신’ 1일자에 발표했다.
아포지 단백질은 혈액에서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다양한 지질 성분을 이동시키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25세에서 84세 사이의 스웨덴 남녀 13만7000명을 대상으로 아포 A-1 단백질에 대한 아포 B 단백질의 비율(아포 B/아포 A-1)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30년간 쌓인 대규모 검진 데이터를 토대로 추적한 결과, 2만2000명이 심혈관 질환을 앓았다.
그 결과 아포 아포 B 단백질의 비율이 높을수록 심근경색, 뇌졸중, 관상 동맥 석회화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더 컸다. 이 수치가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에 비해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은 최대 70%가 높았다. 심각하지 않은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은 3배가 높았다. 수치가 높은 사람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심혈관 질환이 발병하기도 했다. 이런 경향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나타났고, 심혈관 질환이 발병한 사람의 경우 20년 전부터 이 수치가 매우 높았다.
지금까지 심혈관 질환 예측을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된 방법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지단백질(LDL) 콜레스테롤 수치였다. 국내 국가건강검진에서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필수적으로 확인한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LDL 콜레스테롤과 결합해 돌아다니는 아포 B 단백질 수치가 새로운 예측 인자로 급부상했다. 앨런 스나이더맨 캐나다 맥길대 교수를 필두로 한 일부 과학자들은 아포 B 단백질 수치로 심혈관 질환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단순히 ‘혈액 속의 지질량’을 의미하지만, 아포 B 단백질 수치는 ‘이동 가능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가령 혈액에 LDL 콜레스테롤이 많아도 아포 B 단백질이 적으면 동맥으로 이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다. 반대로 LDL 콜레스테롤이 적어도 아포 B 단백질이 많으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더 높을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심장마비로 입원한 환자 중 절반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거나 정상 이하였다.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아포 B 단백질에 더해 아포 A-1 단백질의 수치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아포 A-1 단백질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지단백질(HDL) 콜레스테롤을 이동시키는 단백질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액을 돌아다니며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걷어가 간으로 이동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아포 A-1 단백질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 수치를 반영해야 정확한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고란 왈디우스 카롤린스카 연구소 박사는 “아포 A-1에 대한 아포 B의 비율은 심혈관 질환을 조기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상지질혈증의 검출과 치료에 대한 권고 사항에 이 수치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