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A씨는 코로나19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에 놀란 개인투자자들이 앞다퉈 ‘팔자’에 나서는 상황을 ‘호들갑’이라고 했다. 냉정하게 따져 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란 얘기다.
그는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미국 증시는 조정을 위한 핑계가 필요하던 참에 오미크론이 등장한 것”이라며 ‘욕곡봉타(欲哭逢打)’가 딱 들어맞는다고 했다. 울려는 아이 뺨을 때린다는 것처럼 울고 싶은데(조정이 필요한데) 적당한 명분(오미크론)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이 오르는 동안 오르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7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월간 하락률을 보였다. 그런데 미국이 빠지니까 덩달아 빠지고 있다.
A씨는 “가뜩이나 개인 참여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개인들이 오미크론을 시장 하락의 트리거로 판단해 팔아치우면서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30일 저점을 찍었다”고 진단했다.
오미크론 뉴스만 보면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짧은 시간에 여러 나라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어서다.
A씨는 “증시에서 가장 큰 악재가 불확실성이라는 점에서 오미크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로 판단해 보자면 전염성이 강한 만큼 치명률은 낮으므로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델타 변이가 나타났을 때 별로 신경 안 쓰던 사람들이 왜 민감하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냉정하게 생각하면 오미크론도 지금까지의 변이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오미크론 때문에 코로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오미크론의 위험성과 관련해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증시 한 관계자는 “오미크론은 역설적으로 미국엔 호재일 수 있다”며 “인플레 우려를 키운 유가 상승세가 오미크론으로 꺾였고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오미크론이란 악재를 만났다”고 했다. 그는 “정작 미국은 오미크론 봉쇄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로만 보면 시장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듯하다. 지난달 30일 저점을 찍은 뒤 ‘반등 모드’다. 오미크론이 그냥 변이 중 하나일 뿐이고 대단한 불확실성이 아니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A씨는 “이번에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들은 조정받고 산업재들이 다시 올라왔다”며 “지금까지 한쪽으로만 쏠렸던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번 상황을 이용해 빠졌던 종목을 사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스마트 머니는 바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으론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쇼트커버링도 상당히 이뤄진 것 같다고 했다. 공매도한 투자자들로선 쇼트커버링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오미크론에 놀란 개인의 투매에 대한 역습이 이뤄진 셈이다.
A씨는 “주식시장에선 미리 파는 것도 위험하다”며 “오미크론 뉴스에 빠르게 대응하느라 헤지한 사람들은 시장 반등 모드에서 손가락을 빨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미크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로서 뉴스를 보는 자세다. 뉴스만 봐서는 세상이 끝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로선 “위험하다.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자자라면 뉴스를 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팩트를 ‘오버해서’ 해석하면 안 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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