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에게 드론은 애물단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탁 트인 상공을 가로지르는 드론을 작동할 때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지만, 이런 기분을 느낄 기회 자체가 적어섭니다. 드론의 운전 면허증과 같은 '조종자 증명'이 있어도 매한가집니다. 드론을 날릴 때마다 비행·항공촬영 승인을 매번 받지 않으면 제대로 띄울 곳도 없습니다. 이같은 절차를 거치더라도 높이 주행 여러 제약이 있어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 드론 1위 제조사인 중국 DJI가 3년 만에 드론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매빅2 후속인 '매빅3' 시리즈입니다. 매빅3 시리즈 중에서도 전문가용인 '매빅3 시네(CINE)'를 DJI에 대여했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촬영을 위해 지방이나 다른 곳을 가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자유롭게 드론을 비행할 수 있는 광진구 드론공원, 가양 드론비행장(엄밀히 말하면 경기도)에서 신제품을 써봤습니다.
매빅3 시네는 카메라가 눈에 띕니다. 취미 삼아 드론은 여러 차례 날려봤지만, 영상 및 카메라 촬영은 문외한인 저도 만족할만한 영상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카메라 성능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우선 4/3인치 크기의 핫셀블러드 CMOS 센서와 24mm 프라임 렌즈를 포함한 L2D-20C 항공 카메라가 장착됐습니다. 비슷한 무게의 드론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의 카메라인데요, 이로써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고 저조도 환경에서 노이즈를 줄여줘 수준급 촬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카메라 스펙이 뛰어난 만큼 다양한 고급 촬영도 가능합니다. 5.1K 50fps 동영상 촬영이 가능했고, 4K 120fps 슬로우 모션 촬영 기능을 지원합니다. 최대 줌은 28배까지입니다. 광각 렌즈는 최대 108도까지 움직이는데요, 이를 활용해 다양한 배경 화면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영상이 고화질인 만큼 1TB 용량의 SSD가 장착돼 용량도 넉넉한 편입니다. 매빅3 시네는 애플의 고성능 동영상 코덱인 프로레스(ProRes) 442HQ 코덱도 지원합니다. 영상 전문가분들이라면 이를 활용해 섬세한 보정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전한 비행도 장점입니다. 총 8개의 센서를 활용한 APAS(고급파일럿보조시스템) 5.0 기능으로 비행 중 모든 방향에서 물체를 지속적으로 감지해 충돌 등의 사고를 방지하고, 피사체를 추적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액티브트랙 5.0'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이로써 최대 200m 전방위 장애물을 감지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주행 중 자동으로 이륙 위치로 돌아오는 RTH(리턴 투 홈) 시스템은 전작보다 훨씬 정교한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합니다.
DJI 매빅3 시네는 드론 제품 중 상당히 오랜 시간 비행이 가능합니다. DJI에 따르면 배터리 한 개로 최대 46분 비행이 가능한데요, 실제로 35분 이상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이 정도면 타 드론 대비 손에 꼽을 정도로 비행시간이 긴 편입니다. 매빅3 시네의 경우 총 3개의 배터리가 기본 제공되고, 최대 3시간 작동이 가능한 조종기 'DJI RC 프로'를 활용하면 비행만큼은 배터리 걱정 없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65W 고속 충전기를 통해 빠른 충전도 가능합니다. DJI RC 프로의 경우 최대 제어 범위는 15km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편의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드론 비행을 마치고 촬영한 영상을 DJI RC 프로를 통해서 손쉽게 편집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후편집이 없어도 합성 등이 가능한 파노라마 모드, 앱으로 자동 편집 및 음악을 추가할 수 있는 마스터샷 등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안전하게 기체와 조종기를 휴대할 수 있는 운반 백도 제공됩니다. 드론 비행 시 배터리가 부족한 경우 거리를 고려해 자동으로 RTH 활성화 기능이 실행되는 점도 편했습니다.
매빅3 시네 프리미엄 콤보 가격은 무려 616만원입니다. 매빅 제품은 영화, 다큐멘터리 등 영상 업계에서 항공 촬영을 위해 주로 사용될 만큼 수요가 높습니다. 특히 이번에 써본 매빅3 시네는 전작보다 다방면에서 진일보한 느낌입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비행하고 촬영할 수 있어, 서울 밖이나 해외로 가면 다이내믹한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제품을 써보더라도 여전히 서울에선 비행할 수 있는 곳이 적어 일반 소비자가 이를 100% 활용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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