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직후 합의문이 공개되자 당 안팎이 술렁거렸다.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 합의안 내용 때문이다. 당대표 ‘패싱’의 근거였던 당무우선권에 대해 보다 명확한 해석을 내놨다. 합의문은 “후보는 선거에서 필요한 사무에 관해 당대표에게 요청하고, 당대표는 후보자의 의사를 존중해 따르는 것으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규정했다.
“대선에 관한 중요 사항은 후보자와 당대표, 원내대표가 긴밀히 모든 사항을 공유하고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합의 내용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윤 후보와 직접 소통을 하지 못하면서 생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은 권성동 사무총장이 중간에서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역할에 대해 “중앙선거대책기구 장으로서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을 통할 조정하며 선거대책기구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전략과 인선의 전권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합의내용은 이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요청해온 사항을 윤 후보가 거의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윤 후보의 이번 결정이 예전과 달리 신속하고 과감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회동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권 사무총장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윤 후보가)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회동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대표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곤 “(윤 후보 측이) 의제를 사전에 조율해야지만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굉장한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대치 상황은 윤 후보가 회동에 대해 전향적으로 돌아서면서 급변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저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만나 풀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겠다”는 전날 태도에서 확연히 달라졌다.
당 내부의 권력 지형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김 전 위원장의 컴백을 반기지 않았던 기존 중진 의원들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전망이다. 주호영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 장제원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임태희 전 의원, 윤희석 전 대변인 등 김 전 위원장 측근은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김 원내대표의 활동 반경도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회 통합에 무게중심을 둔 선거 전략도 중도 포용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역할이 조정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윤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를 잘 이끌어가도록 우리 모두가 지원할 것”이라며 “김병준 위원장도 김종인 총괄위원장께서 선대위를 잘 이끌어나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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