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올해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피로감이 쌓였고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대출 규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다.
하지만 경북 포항은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까지도 아파트 분양권이 수백건 거래되는가 하면 분양을 대기하고 있는 곳의 물건을 잡기 위해 투자자들이 대기할 정도다. 포항이 비규제지역인데다 대구가 공급과잉 속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탓에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경북권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두 단지만큼 거래된 아파트는 없다. 한화포레나포항이 2192가구, 힐스테이트초곡이 1866가구임을 고려하면 가구수의 절반 이상의 분양권이 올해 매매된 것이다. 두 단지 모두 2024년 입주 예정이어서 분양권 매매건수는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이다.
힐스테이트초곡은 지난 1달 간 169건 거래되면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등을 통틀어 가장 많이 거래가 이뤄진 단지로 꼽혔다. 이들 단지 분양권에는 수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이뤄진다. 한화포레나포항과 힐스테이트초곡에 붙은 웃돈은 2000만~45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이들 분양가는 각각 전용 84㎡ 최고가 기준 3억4800만원, 3억6300만원 수준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한화포레나포항은 이미 중도금 납부를 시작했다. 장기로 들고 갈 분들만 남아있어 매물이 많지는 않다"며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면적대는 전용 84㎡인데 웃돈이 4000만원대로 형성됐다"고 했다. 내년 1월 중도금 납부를 시작하는 힐스테이트초곡 역시 웃돈 수준은 비슷하다. 북구 흥해읍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선호하는 동·호수에 따라 웃돈이 2000만~4000만원대"라고 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두 단지에서 쏠쏠한 차익을 본 투자자들이 다음에 분양할 단지에 진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GS건설은 이달 ‘포항자이 애서턴’을 북구 학잠동에 공급한다. 흥해읍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한화포레나포항, 힐스테이트초곡 등에서 단기투자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다음 단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입주자모집공고 등이 나오지 않아서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웃돈이 3000만원 정도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무래도 포항시 내에서도 남구는 규제지역에 속하고 아파트를 지을만한 땅이 없어 이런 단지가 많이 없지만, 북구의 경우는 비규제지역이라 분양권 전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포항 현지인은 물론 외지인들이 내려와 보지도 않고 몇 건씩 거래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간 지진 등을 겪은 포항시에 오랜만에 분양이 이뤄지면서 해소되지 못한 수요가 몰렸고 대구 등 분양시장이 침체하면서 풍선효과로 경북 포항으로 투자 수요가 쏠렸다는 분석도 있다.
포항 분양시장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포항 지진 이후 분양시장이 잠잠했다. 게다가 포스코 업황 부진 등이 겹치면서 단지가 들어설 기미가 안 보였다"면서도 "최근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해제되고 대구 등 분양시장이 침체하면서 투자 수요가 포항으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권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만큼 수요가 있으니 건설사들도 분양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수요가 남아있는 한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포항시 북구 학잠동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포항시가 최근 분양권 거래 등이 늘어나자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등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올해 1월부터 북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들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점에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의해야한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지금이야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누군가는 높은 웃돈이 붙은 분양권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아파트가 준공되고 공급될 시점에는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질 텐데, 높은 가격은 주고 산 수요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물건을 계속 떠안고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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