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가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세계 최정상급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아트바젤 마이애미는 세계 미술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한다. 미국 전역의 ‘슈퍼 리치’를 비롯해 세계에서 몰려든 컬렉터와 그해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작품들이 만나는 자리여서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호황 속에 열린 올해 행사에서는 상당수 갤러리가 본행사 개막 전 작품 대부분을 판매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다만 총매출 등 각종 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을 향한 관심이 급증하고,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했다.
글로벌 미술전문 매체 아트넷뉴스에 따르면 개막에 앞서 작품을 사전 판매한 갤러리가 예년보다 급증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제시카실버먼갤러리는 이번 행사에 출품하려던 작품을 모두 사전 판매했다. 뉴욕의 세계적인 화랑 페이스갤러리도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 상당의 제프 쿤스 작품을 비롯해 주요 작품 여럿을 미리 팔았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때 사전 판매가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세계 미술시장에 신규 투자자 유입이 급증하면서 갤러리들이 고객 관리 차원에서 기존 고객에게 구매 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NFT 작품 출품과 판매도 급증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세계적인 작가 글렌 카이노의 ‘인비저블 맨’ NFT를 5만달러(약 5900만원)에 판매했다. 시카고의 카비굽타갤러리가 내놓은 디지털 동영상 NFT 작품도 5만달러에 팔렸다. 모니터 여러 대를 설치해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미디어아트 NFT 작품 등을 전시해둔 구역에는 관객이 몰렸다.
송보영 국제갤러리 부사장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눈여겨보는 손님이 예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하종현 박서보 등 서구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한국 거장 외에도 이기봉 강서경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뷰잉룸 등 비대면 창구가 활성화됐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접한 컬렉터들이 작품을 구입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제갤러리가 출품한 하종현 화백(86)의 ‘Conjunction 19-08’은 2억원 안팎에 판매됐다. 한국 단색화의 선구자 권영우 화백(1926~2013)의 ‘무제’는 3억7000만원, 세계적인 설치작가 양혜규(49)의 조형 작품 ‘Sonic Rotating Binovular Geometric Twins-Tricolor #20’는 1억원 넘는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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