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양대가 장학제도 개편에 나섰다.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생활장학금’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양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급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학업 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학생 24% 빚에 시달려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업체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572명을 대상으로 채무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 4명 중 1명(24.3%)은 빚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년일수록 채무 비율과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 채무가 있는 대학생 10명 중 7명(77.1%)은 “빚을 갚기 위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겠다”고 답했다.한국장학재단에서는 학자금 지원 8구간 이하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대학생들에게는 연 520만원의 국가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대학이 교비를 활용해 가계 곤란 학생들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학생 대부분이 생활비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장학금만으로는 학업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학생들의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사진)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교직원들에게 “모든 학생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양대는 곧바로 장학제도 개편에 나섰다. 우선 온·오프라인 소통 채널을 활용해 올 상반기 기준 재학생 3만5000여 명 가운데 1800여 명이 소득 하위 20%(1분위) 이하 학생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지난 3월 발족한 학생소통위원회를 통해 학생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김우승 총장 “장학제도 개편”
한양대 서울캠퍼스는 기존 장학제도를 확대한 새 장학체계를 내놨다. 10월부터 시작한 ‘라이언헬프장학금’은 부모의 사망, 질병, 실직 등의 이유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학부생을 대상으로 최대 500만원까지 생활비를 지급한다.내년 3월부터 확대 운영되는 ‘라이언플러스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자인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외에 매월 50만원(기존 매월 2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한다.
한양대는 2023년 시행 예정인 ‘라이언에이드장학금’을 통해 차상위계층 학생에게도 지원할 예정이다.
경기 안산에 있는 ERICA캠퍼스는 ‘ERICA미래로 생활장학금’을 신설해 내년부터 지원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을 통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4년간 매달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기초생활수급자 가계 학생은 매월 50만원의 생활장학금을 4년간 받을 수 있고, 차상위계층 가계 학생의 경우 1학년은 매월 40만원, 2~4학년은 매월 30만원의 생활장학금을 4년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장이 실직하는 등 긴급 가계 곤란 학생에겐 별도의 선발을 거쳐 매월 50만원씩 1년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매년 450명의 학생에게 연 20억원 이상의 생활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신설된 생활장학제도는 코로나19 등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학생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학업 안전망 속에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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