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일반 감기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코드를 갖고 있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오미크론이 기존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은 강한 대신 기침·두통·피로감 등 증상이 가볍고 치명률은 훨씬 낮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기 수준으로 앓고 지나가는 감염병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적모임 제한 등 방역대책이 필요 없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치명률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에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선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보다 5배 강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벤키 순다라라잔은 “오미크론이 감기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를 통해 인간의 몸에 더 잘 적응하고, 일부 면역체계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이 최근 발생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미크론 공동 발견자인 볼프강 프라이저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 교수는 “오미크론 초기 형태는 알파·베타 변이가 나타나기 전 이미 별개 바이러스로 진화했다”고 밝혔다고 독일 dpa통신이 전했다.
델타 변이의 주요 증상인 호흡곤란도 오미크론 환자들에게선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미크론이 가장 크게 확산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사인 모세세 포아네는 “오미크론 환자는 두통과 현기증, 식욕 감퇴, 체력 저하,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어 입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3일 오미크론과 관련된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미크론 확진자는 세계적으로 500여 명, 의심환자는 4만여 명에 달한다.
반면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 속도가 5배 빠른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경우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려면 중증화율이 5분의 1 수준 이하로 줄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델타 변이도 처음에는 전파 속도가 빠른 대신 증상이 가볍다고 했지만 여전히 고령층 사이에선 중증화율·치명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오미크론 환자 나이를 보정한 중증화율, 치명률에 대한 자료가 나오기 전까진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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