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난민문제로 골머리 앓는 영국

입력 2021-12-06 17:25   수정 2022-01-17 14:44

영국 서쪽 땅끝마을 콘월에서 동쪽의 북해와 접하는 도버까지 동서로 560㎞, 남북으로 영국 남부 해안과 프랑스 북부 해안 사이 34~240㎞ 거리를 둔 바다가 영국해협이다. 하루 500여 척의 거대 상선이 지나는 세계 최고로 분주한 해상 무역로다.

하얀 석회암에 파란 잔디가 덮인 최고 높이 250여m의 올망졸망한 산 능선은 런던 남서쪽에서 시작해 동쪽의 역사고도 캔터베리를 거쳐,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도 나오는 약 110m 높이 하얀 석회암 절벽의 절경으로 유명한 도버까지 150㎞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을 노스 다운즈(구릉)라고 하는데 풍광이 아름다운 서리 언덕, 켄트 다운즈 등 국가절경지구(AONBs)를 품고 있다.

50㎞ 남쪽에는 사우샘프턴에서 시작된 석회암 구릉 지대가 사우스다운즈 국립공원을 거쳐 동쪽의 이스트본 해안까지 이어진 곳을 사우스다운즈 구릉이라고 한다. ‘007’ 영화를 비롯해 무수한 드라마에 나오고 자살바위로 유명한 162m 높이의 하얀 석회암 절벽이 절경인 비치헤드와 세븐 시스터스는 언제 봐도 가슴이 설렌다.

건너편 프랑스 해안은 도버와 유로터널로 연결된 칼레와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공격으로 괴멸 직전의 연합군 33만여 명을 기적적으로 영국으로 탈출시켜 ‘덩케르크의 기적’으로 유명한 덩케르크가 있다. 덩케르크~칼레~노르망디의 해안까지 180㎞에 이르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펼쳐진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프랑스 해안에서 도버 해협을 보트로 건너던 난민 2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현재 프랑스 경찰은 5명의 갱을 체포해 수사 중이다. 영국 당국은 2019년 유로터널을 통한 베트남인 39명의 밀입국 참사 후 칼레에서 영국으로의 육로 입국심사를 강화했다. 밀입국 갱들은 2019년 1835명, 2020년 8469명, 2021년 현재 2만6560명을 이스트본~헤이스팅스~던지니스~도버~마게이트의 아름다운 해안으로 한 명당 5000유로를 받고 보트로 실어 날랐다. 사고 당일에도 보트 25대가 도착했고, 한 보트에 40명 이상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승선자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왜 선진국인 프랑스에 있는 난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영국으로 밀입국하려 할까? 국제보건저널에 따르면, 프랑스 난민 82%가 영국으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의 절반(52%)이 영국에 정착했고 영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블린조약 III’로 불리는 유럽법은 유럽연합(EU) 내 도착한 난민들을 그들이 처음 입국한 나라로 돌려보내도록 명시하고 있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은 브렉시트로 인해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밀입국 갱들의 행동을 저지할 방법을 찾기로 합의했다. 밀입국 출발지인 프랑스 영해에서 공동 순찰을 강화하고, 레이더 장비의 전진 배치와 항공 감시도 함께하기로 했다. EU와 난민송환 협약구축 협상을 한 영국은 프랑스에도 송환 협약의 즉각적인 협력을 제시했으나 해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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