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반도체 수장에 '낸드플래시 권위자' 경계현 앉혔다

입력 2021-12-07 15:12   수정 2021-12-07 15:13


삼성전기의 최대 실적을 이끈 경계현 사장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을 이끌게 됐다. 김 부회장이 삼성종합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삼성 반도체의 컨트롤타워는 5년 만에 변화를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7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경 사장을 신임 DS부문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DS부문을 이끌던 김 부회장은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했다.

1963년생인 경 사장은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 학·석·박사를 지낸 정통 기술자 출신으로 '낸드플래시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2014년 오늘날 낸드플래시의 최첨단 기술인 3차원 V낸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기여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기술상을 받았다.

또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 플래시 개발실장, 솔루션 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했다. 2020년 1월부터는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등 역량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초 삼성전기 대표이사가 된 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 성장 과정에서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2019년 매출 7조7183억원, 영업이익 7409억원이었던 삼성전기 실적은 지난해 말 매출 8조2087억원, 영업이익 8291억원에 이어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7조5362억원, 영업이익 1조128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기술자로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영에선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삼성그룹 5대 전자계열사(삼성전자·디스플레이·SDI·SDS·전기) 가운데 유일한 50대 최고경영자(CEO)로서 조직 수평화와 혁신에 강점을 지녔다고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기에서도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사장을 비롯한 임원급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썰톡'(Thursday talk)을 진행해왔다. 임원뿐 아니라 MZ(밀레니얼+Z)세대 구성원까지 아우르는 소통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버스로 진행된 시상식에 모습을 보였고, 올 초 진행된 주주총회에선 직접 주주들에게 중장기 비전을 설명하는 브리핑도 해 눈길을 끌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방식 전반에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비핵심 업무를 줄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DX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조직문화 개선에도 힘썼다. 사내 메신저 등에 직급 표시를 없애고 모두 '프로'로 통일시켰다. 사내에서는 존댓말 쓰기를 시행했으며 '동료평가' 제도도 도입했다. 경 사장의 이 같은 인사혁신은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안에도 일부 반영됐다.

삼성전자로서도 '김기남 체제'에서 안정적 사업을 유지하기보단 경 사장을 통해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행보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선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에선 아직 점유율이 낮다. 경 사장 체제에서 삼성전자가 신사업을 위해 어떤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지 주목해야 할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경 사장은 정통 기술자 출신이면서도 삼성전기를 이끌면서 경영자로서의 능력도 증명했다"며 "TSMC와의 경쟁은 결국 기술력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정통 기술자를 전면에 내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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