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가난하면 고금리, 불공정"…서울대생 "고신용자 의욕 꺾어"

입력 2021-12-07 15:42   수정 2021-12-07 15:45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정부가 지원하면 신용이 높은 사람은 소비를 줄이거나 근로 의욕이 정체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정예빈 씨)
"국토보유세 반대 여론 높다고 철회했는데 국민연금 개혁처럼 국민 반대 여론 높아도 국익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서울대 경제학부 류정석 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는 7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이 후보의 공약과 경제 철학을 두고 서울대 대학생들과 토론에 나섰다. 이날 자리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와 철학을 주제로 이 후보의 강연과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이 후보는 강연에서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기본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가난하면 안 빌려주고, 빌려줘도 조금밖에 안 빌려주고 이자를 엄청나게 높게 내야 한다. 정의롭지 않다"며 "금융 공정성이라는 것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금융 신용이란 국가 권력, 국민 주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빠지고 있다"며 "옳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인 정예빈 씨는 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을 지적하면서 "(기본금융 정책이) 단기로는 가능해도 장기로 시행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그래서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고 정책"이라며 "문제가 있을 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수준까지 하고 문제를 악화시키는 수준이 되지 않게 하는 게 정책적 능력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의 은행은 영업이익률이 10% 이상 다 늘었다"며 "결국 정부 정책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는 "기본대출 관련 이 후보가 SNS에 연체율을 0.1~0.2%로 계산해 재정 부담이 얼마 들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는 고신용자가 대출받는 시중은행의 연체율을 의미한다"며 "서민금융상품 햇살론은 연체율이 10%에 달해 연체율을 과소평가해 재정 부담 문제를 간과한 것 아니냐"(경제학부 송민주 씨)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학부 류정석 씨는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나 국토보유세 신설 같은 정책을 제안했다가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철회한 바 있다"며 국민 반대가 높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개혁 추진 의지가 있는지 물었다. 이 후보는 "철회한 바 없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우)정부가 어렵다고 하니 이번에 정기국회에서 내년 본예산에 넣는 것을 양보한 것이지 정책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도 정책 자체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국민을 최대한 설득해서 동의를 받겠다"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입장은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경제학부 이덕현 씨는 "토지 배당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전가되지 않아야 한다고 알고 있다"며 "국토보유세가 토지 배당으로서 소득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토지에 관한 부담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고 국민이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국민에게 전액 공평하게 배당하는 정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지가 없거나 적은 90% 이상의 사람은 낸 것보다 많거나 아예 안 내고 받을 수 있다"며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하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이날 '청년 구애' 행보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이후 서울 서교동 앤드스페이스에서 '청약 사각지대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신혼부부와 청년들에게 30% 물량을 배정해 추첨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걸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 문제를 듣고 제안을 반영해 앞으로 국민께 내세울 공식적인 정책을 다듬어 보겠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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