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의 다세대주택 4층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월세 10만원을 깎아줄 테니 2층 빈방으로 옮겨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4층에 거주하는 4가구가 방을 빼거나 다른 층으로 이사하면 해당층을 사무실로 개조하고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전환하기 위해서다.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은 외견상으로 비슷하지만, 주택으로 사용하는 층수가 3개 층 이하면서 전체 가구가 19가구 이하여야 다가구주택으로 인정받는다. 다가구주택 소유자는 1가구 1주택자로 인정돼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지만 다세대주택은 각각의 가구가 개별 주택으로 분류되며 ‘종부세 폭탄’을 맞는다. “다가구주택 전환을 해야 올해 1억원에 육박하는 종합부동산세를 내년엔 1000만원대로 줄일 수 있다”는 집주인의 읍소에 A씨는 이사를 결심했다.
우선 상가 위층을 주택으로 이용하는 상가주택은 근린생활시설로 전환해 학원이나 사무실로 용도를 바꾸는 곳이 늘고 있다. 주택마다 들어가 있는 화장실과 취사시설을 제거한 뒤 용도 변경 절차를 밟는 것이다. 서울 연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대표는 “건축사무소 등에 요청하면 600만~700만원에 관련 공사부터 용도변경 허가까지 처리할 수 있다”며 “상가주택을 계속 소유하며 물어야 할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을 감안하면 남는 장사”라고 했다.
이 같은 상가주택 용도전환에는 최근 중소 자산운용사까지 가세했다. 자산운용사로서는 큰돈 들이지 않고도 확실한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상가주택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오피스 빌딩이나 고시원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꼬마빌딩으로 새롭게 단장해 임대료는 높이고 주거시설은 없애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상가주택에서 주택을 들어낸 만큼 자산운용사가 이 같은 꼬마빌딩을 10여 개 소유하고 있더라도 종부세 부담은 없다. 전층 임대에 성공한 뒤에는 몇 배의 차익을 올리고 건물을 매각하는 사례도 잦다.
최근에는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꾸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다세대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줄여줬던 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지난해 대부분 사라지면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한 세무사는 “몇 개 층의 세입자를 모두 내보내야 할 때도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늘어난 종부세에 매수자도 나서지 않으면서 어려움이 많은데 다가구주택 전환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주택 한두 채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과 법인은 취득세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매도자에게 상가주택의 용도 변경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1주택자가 서울 등 조정지역에서 집을 한 채 더 매수하면 매매가의 8%, 2주택자는 12%의 취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이다.
상가주택을 용도전환하는 사례는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 성동구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택을 상가나 사무실로 바꾸더라도 공실 걱정이 적은 지역이다. 특히 마포구의 연남동과 서교동에서 관련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 고가아파트와 비슷한 시세 30억원 안팎의 상가주택이 많다는 것이 이유다.
한 지역 중개업체 관계자는 “상가주택을 상업시설로 전환하는 용도변경 요청이 워낙 많아 최근에는 구청에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2~3일이면 끝나던 용도변경 승인이 한 달까지 걸린다”고 전했다.
노경목/윤아영/장현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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