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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가 연내에 쏟아진다. 오는 22일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를 동시에 내놓는다. 같은날 KB자산운용은 패시브 ETF를 선보인다.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는 세계 최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미국에 상장된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META) ETF’에 주로 투자해 왔다. 이 상품은 볼이 만든 메타버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이다.
콘텐츠 대신 인프라에 주목
7일 곽찬 한국투신운용 펀드매니저(사진)에게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 발굴 방법 및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테크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그는 연내 상장하는 ‘네비게이터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ETF’를 운용할 예정이다.그는 메타버스 관련주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거대한 나무를 그려봐야 한다고 했다. 국내 메타버스 관련주는 대부분 열매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ETF 상위 구성종목이 △게임(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엔터(하이브 와이지 JYP) △플랫폼(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대부분 콘텐츠 관련주다. 곽 매니저는 “열매에 해당하는 콘텐츠 기업들은 플레이어가 많고, 경쟁이 심한 것이 특징”이라며 “투자를 잘하면 수익률도 그만큼 높지만, 10년 후에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사라질 확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는 메타버스라는 나무의 줄기와 뿌리에 해당하는 기업이 많다. 가상 현실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회사다. 동일한 콘텐츠를 3차원(3D)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트래픽은 3~5배로 증가한다. 이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서버용 D램,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엔비디아 AMD 인텔 퀄컴 등의 기업이 수혜를 본다. 곽 매니저는 “공급은 현실세계에서 늘어나는데 수요는 가상세계에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3D 콘텐츠를 저장하고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중요하다. △클라우드(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스노플레이크) △모바일 에지 컴퓨팅(버라이즌, AT&T) △CDN(아카마이 패스틀리 클라우드플레어) △보안(팔로알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포티넷 지스케일러) 등이 대표적이다.
콘텐츠전송네트워크를 뜻하는 CDN은 트래픽 병목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간 데이터센터에 임시 서버를 설치해 데이터를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곽 매니저는 “CDN 업체들은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주가가 휘청이는데, 이런 국면에서 보안 서비스 기업들의 주가가 오른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CDN, 보안 기업들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태적 관점에서 접근
열매에 해당하는 기업 중에서는 기존의 현실을 메타버스로 변신시켜 주는 기업에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3D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3D 게임 제작 엔진이자 3D 모델링 1위 기업인 유니티소프트웨어, 호텔 사무실 공장 등 현실세계 공간을 디지털화하는 메타포트, 설계 시뮬레이션 기업 앤시스, 자율주행차 등의 3D 모델링에 특화돼 있는 다쏘시스템, 3D 기술혁신 솔루션을 제공하는 PTC 등이 대표적이다.
메타포트는 360도 3D 카메라를 이용해 다양한 건축 공간을 XR(확장현실) 공간으로 제작하는 회사로, 곽 매니저가 ‘차세대 오토데스크’로 꼽는 기업이다. 질로, 에어비앤비, 하얏트, H&M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네비게이터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ETF’를 운용할 때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 비중을 10% 이하로 가져갈 예정이다. 대신 디지털 전환을 도와주는 기업이나 각종 인프라 기업 비중이 9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 매니저는 “이번 상품은 메타버스 그 자체보다 ‘메타버스로의 전환(metaversifying)’이라는 동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산업의 초창기에 있어 중장기 우상향이 예상되는 기업의 비중을 높게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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