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예상 외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출시 이후 약 한 달간 디즈니플러스의 결제액은 172억원으로 넷플릭스(768억원)의 4분의 1정도에 그쳤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 출시 후 약 한 달간 디즈니플러스를 이용해보니 단점이 드러났다. 특히 넷플릭스와 비교해 OTT 플랫폼으로서의 이용자 접근 편리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콘텐츠 왕국'이라 불리는 디즈니의 고유 콘텐츠다. 특히 마블 팬으로서 '아이언맨'부터 '어벤저스 엔드게임'까지 콘텐츠 추가 결제 없이 '정주행'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극장에서 관람 못했던 마블 신작 '블랙위도우'나 '샹치 텐 링즈의 전설'도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마블의 스핀오프 오리지널 드라마 '로키'나 '완다 비전'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만달로리안'과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다렸을 수도 있다.
특히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했다. 명작 반열에 오른 픽사의 '코코'나 디즈니 '라이온킹', '겨울왕국' 등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무궁무진했다. 한국어 더빙 또한 화면과 목소리가 따로 놀지 않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점 또한 명확했다. 디즈니 '팬'이라면 볼 만한 콘텐츠가 많겠지만, 꼭 디즈니 콘텐츠에 관심이 없는 이용자라면 굳이 다른 OTT를 제쳐두고 디즈니플러스를 선택할 만한 유인이 잘 안 보였다. 디즈니플러스만의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 역시 아쉬운 요소였다.
아이디를 공유해 함께 디즈니플러스를 체험해본 A씨(32)는 "마블 팬이긴 하지만, 이미 너무 돌려봐서 지겹다"며 "디즈니에선 마블을 빼고는 딱히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 점에선 넷플릭스가 더 나은 것 같다"고 평했다.
사용성 측면에서도 넷플릭스에 비해 불편했다. 보고 싶은 장면을 뒤로 돌려보기 할 때 미세하게 조정하는 게 힘들었다. 넷플릭스는 러닝 타임 위에 화면을 쭉 보여주면서 원하는 장면을 쉽게 찾도록 한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는 원하는 장면의 러닝 타임 시간을 콕 집어 되돌려야 해서 원하는 장면을 다시 보기가 좀 더 불편했다.
재생 속도 조절도 아쉬운 부분. 넷플릭스는 0.5배, 0.75배, 1.25배, 2배 등 재생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디즈니플러스엔 없다. 가령 '아이언맨'을 여러번 본 사람이라면, 영화 재생속도를 빠르게 조절해 특정 장면만 다시 보고 싶을 수도 있는데 세세한 속도 조절 기능은 제공하지 않았다.
다만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고, 사용자 경험 또한 차차 개선하고 있어 넷플릭스와의 승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디즈니플러스 측은 "올해 말까지 35편 이상, 2024년까지 매년 50여편의 전세계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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