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 마련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의 사과를 요구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했죠?"라고 답하며 자리를 뜨는 영상이 공개됐다. 정의당은 "이 후보의 인격 그 자체"라며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7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이 후보가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를 마친 뒤 이동하는 가운데 성 소수자 3명으로부터 항의를 듣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한 청년은 이 후보를 향해 "제 존재는 사회적 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차별금지법 (마련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사과하시라. 저와 이 땅의 성 소수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와 여성에게 사과하시라"라고 외쳤다.
이 후보는 잠시 멈춰 이들의 외침을 들은 뒤 웃으면서 "다했죠?"라고 답하며 자리를 떴다.
성 소수자 3명이 이날 이 후보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낸 건 이 후보가 지난달 8일 한국교회총연합회와 만난 자리에서 했던 발언 때문이다. 당시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이) 현실에서 잘못 작동될 때 대한 우려가 큰 것 같고 해외에 그런 왜곡된 사례들이 실제 존재한다"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 후보가 성 소수자들을 향해 보였던 태도를 비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했죠?'라는 차가운 한마디는 이 후보의 인격 그 자체였다"며 "차별과 혐오로부터 삶을 지켜달라고, 존재를 지켜달라는 절규에 이 후보는 웃음 띤 한마디를 하고 돌아섰다. 차디찬 두려움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적었다.
그는 "처절한 국민의 절규 앞에 한 손 인사와 웃음 띤 그 차디찬 한마디는 잔인한 천사의 미소였다"며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다 살아가는 것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경계를 넘어버린 시민들에 대한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를 다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71.2%의 국민을 대신해 답변드린다. 다한 것은 이 후보 자격의 수명"이라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유무, 병력, 나이, 성적 지향, 신체조건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고 평등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안, 민주당 이상민?박주민 의원안 등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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