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中企 납품가 후려치기 막겠다"

입력 2021-12-08 17:46   수정 2021-12-09 01:1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제시했다. 하도급 갑질과 기술 탈취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도 주장했다. 기업 승계를 돕기 위해 상속세 공제 대상을 확대할 뜻도 내비쳤다.

이 후보는 8일 서울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아쿠아픽 본사를 찾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소·벤처기업 정책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우리 산업 생태계를 감히 공평하다고 말하지 못하겠다”며 기업 간 불공정 거래, 약탈적 하도급 거래, 관행화된 갑질과 내부 거래, 강자의 시장 독과점 등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본과 노동 간 불균형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공정하지 않은 경제 구조에서는 창의와 혁신, 그에 따른 성장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중소기업 힘의 균형 회복과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으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꼽았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대기업 납품 단가에 연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 후보는 “공급원가 변동의 부담을 (대기업이) 하도급에 떠넘기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납품대금 등 거래 조건을 협의하도록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사업행위 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금지와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 의견을 갖고 있지만 ‘신법 우선 원칙’이 있어 새 법을 만들면 그 범위 내에서는 실현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의 하도급 갑질과 기술 탈취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이 후보는 “지방정부에 불공정거래 조사권·조정권을 부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행 하도급법은 위탁기업이 대금을 부당하게 인하하거나 기술을 탈취한 경우 피해액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후보 선대위는 이를 계약내용 변경, 부당특약 설정, 물품 등 구매 강제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기술 탈취에 대해선 “상생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범죄”라며 “피해구제 소송 기간을 단축하고 일벌백계해 다시는 기술 탈취를 꿈도 꾸지 못하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 창업주의 원활한 기업 승계를 돕기 위한 방안으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문화를 조성해 기업 승계 등 세대를 뛰어넘는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인이 사망했을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500억원 한도로 공제해 상속인의 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이 후보는 “업종 변경 허용 범위나 공제액을 늘려달라는 중소기업인들의 요구가 있다”며 “상속세와 관련한 공제 확대를 포함해 제도 때문에 기업 승계가 안 되고 기업이 사라지는 상황을 막을 세부적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 후보는 △정부 벤처투자 예산 규모를 2027년까지 10조원으로 확대 △전 국민 대상 공모형 벤처투자 펀드 도입 △대규모 테크펀드인 ‘K-비전펀드’ 조성 등도 공약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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