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본시장의 전례없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그렇다. 지난달 상장한 이 새내기 핀테크 회사의 시가총액은 19개 상장 증권사의 몸값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이들 증권사의 올해 영업이익 총액은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설립 후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 없는 5년차 핀테크 업체가 ‘올킬’해버렸다.
이 인식은 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플랫폼·e커머스·핀테크·가상화폐 등 이른바 혁신 분야 장외 기업들의 몸값은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다. 마켓컬리는 작년 중순 9000억원이던 몸값이 올해 중순엔 2조5000억원, 최근엔 4조원이 됐다. 2018년 400억원이던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는 올초 몸값이 1조원을 넘었고 최근엔 2조원대로 거론된다. 3년 전 400억원이던 당근마켓은 이제 3조원이 됐다. 모두 여전히 적자 기업이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수익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가치 척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투자자들은 성장성과 외형, 스토리 등으로 몸값을 따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투자 유치 과정을 들여다보면 찜찜한 구석이 적지 않다. 우선 일부 투자자가 부른 몸값을 그대로 인정해야 할지부터 헷갈린다. 그러기엔 투자 유치 금액이 적은 경우가 너무 많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얼마 전 650억원을 투자받으며 5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이는 5개월 만에 1조원 불어난 것이었다.
몸값을 한껏 높여놓고 나면 그제야 기업들은 증시 입성 채비를 꾸린다. 그 상황이 되면 금융당국도 이미 부풀려진 몸값을 평가절하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투자은행(IB)업계엔 “거래소가 기업의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를 공모 희망가 하단으로 인정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진위야 알 수 없지만 기업으로선 미리 몸집을 키워놓으면 상장 때 그만큼 고평가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상장 후 벤처캐피털들이 떠나고 나면 그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건 개인투자자다. 이들 기업의 성장과 증시 입성을 마냥 흐뭇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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