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택 새 서울대교구장 취임미사…"젊은이들 위해 노력하는 교회 될 것"

입력 2021-12-08 18:12   수정 2021-12-08 23:44

“2030년대를 향해 가고 있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이 무엇이고, 우리 교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모색하고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천주교 신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60·베드로·사진)가 8일 제14대 교구장에 공식 취임했다. 이날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 대주교가 주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주교좌(主敎座)에 앉는 착좌미사가 거행됐다.

전임 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환영 인사에서 “정 대주교님은 하느님 백성과의 친교와 경청, 남북 형제들 간의 화해뿐 아니라 세상의 자연환경과도 일치하고 함께하는 자세를 지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게 젊은이들인데, 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함께하는 교회가 되겠다”며 “교회의 영성적인 삶을 깊게 하고 시노드(대의원대회)를 통해 쇄신하고 변화하는 교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또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양극화가 심해지는데 우리 신도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잘 실천하고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고 강조했다.

이어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령을 낭독하고, 염 추기경이 정 대주교에게 교구장을 상징하는 지팡이인 목장(牧杖)을 전달했다. 주교좌로 안내받은 정 대주교는 착좌한 뒤 주교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새 교구장에 대한 사제단의 순명 서약이 이어졌다.

정 대주교의 사목표어는 ‘하느님 아버지, 어머니 교회’. 주교 시절의 사목표어를 그대로 쓴다. 문장 위 붉은 주교 모자를 갈색 모자로 바꾼 게 특징이다. 갈색은 겸손과 가난을 상징하는 ‘땅의 색’으로, 정 대주교가 속한 탁발수도회(가르멜회)의 전통 색이다.

정 대주교는 경청하는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1년 대구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서울대 공대 재학 시절 강렬한 신앙체험을 하고 성직에 종사하기로 결심했다. 1984년 대학 졸업 직후 가톨릭대에 편입해 신학생이 됐고, 군 입대를 준비하다 허리를 다쳐 요양하면서 가르멜 영성 서적을 읽다가 수도자가 되기를 결심하고 1988년 가르멜회에서 첫 서원(誓願)을 했다. 1992년 종신서원을 하고 같은 해 가르멜회 인천수도원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가르멜회의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그는 이후 수도회의 로마 총본부에서 최고평의원으로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담당 부총장을 지냈다. 2013년 12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이후 청소년 사목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여러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장이자 시복시성준비위원장으로서 순교자 신심을 전하는 일에도 기여했다. 지난 10월 서울대교구장 임명과 함께 대주교로 승품됐다.

앞서 지난 6일 정 대주교는 염 추기경과 함께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 안치돼 있는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한국인 서울대교구장은 정 대주교가 다섯 번째다. 1942년 노기남 대주교가 첫 한국인 교구장으로 임명됐고, 1968년 김수환 추기경, 1998년 정진석 추기경, 2012년 염 추기경이 뒤를 이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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