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규제 내놔야"…美 가상자산 청문회서 쏟아진 '말말말'

입력 2021-12-09 14:44   수정 2021-12-09 14:45


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주최한 '디지털 자산과 금융의 미래 : 미국 금융 혁신의 도전과 이점 이해'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 주요 인사들은 하원의원들과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규제, 연방 규제 당국의 대응 등과 관련한 4가지 핵심 주제를 논의했다.

자리에는 제레미 알레어(Jeremy Allaire) 서클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 프라이드(Sam Bankman-Fried) FTX CEO,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 비트퓨리 CEO, 채드 카스카릴라(Chad Cascarilla) 팍소스 CEO, 드넬 딕슨(Denelle Dixon) 스텔라개발재단 CEO, 알레시아 하스(Alesia Haas) 코인베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석했다.

서클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USDC) 발행사, FTX와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퓨리는 가상자산 채굴 기업, 팍소스는 스테이블코인(PAX) 발행사, 스텔라개발재단은 스텔라(XLM) 코인 발행사다.
○ 업계 "규제 명확성 촉구"…맥헨리 의원 "합리적 규제 모색해야"

이들 가상자산 기업인들은 청문회에 앞서 서면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내놓고 의원들에게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명확성을 제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해당 성명에서 제레미 알레어 서클 CEO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에 대한 라이선스 부여와 연방 감독 등 규제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연방 정부가 검토 중인 규제 기관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를 의무화하는 정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어 채드 카스카릴라 팍소스 CEO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은 거래에 있어 리스크 완화, 빠른 속도, 비용 절감을 가져오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와 규제 기관은 거래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거래 주기를 단축하는 것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 동의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브룩스 비트퓨리 CEO는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미국을 벗어나 보다 규제 친화적인 국가를 찾아 나서고 있다"며 피델리티가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가상자산 업계 인재들은 더 이상 인터넷 산업의 발상지인 실리콘밸리를 찾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포르투갈, 두바이, 아부다비, 싱가포르 등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하원의원은 패널 연설을 통해 "가상자산 분야 기술에 대한 규제가 이미 이뤄지고 있으나 기존 프레임워크는 투박하고 낙후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들에게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뤄진 후 규제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모금형 토큰은 증권"·"스테이블코인 보고 의무화"…발언 이어져
이어 본격적으로 진행된 청문회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제이크 오친클로스(Jake Auchincloss) 하원의원은 "현재 가상자산 기업들이 여러 규제 기관 사이에서 헤메고 있는 만큼 당장 법률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은 불공평할 수 있다"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이같은 우려점을 해소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차 규제 기관이 민간부문 자율규제 기구와 협력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다 털리브(Rashida Tlaib) 하원의원이 "비트코인 채굴에 수반되는 전력 에너지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에너지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지적하자 드넬 딕슨 스텔라개발재단 CEO는 "에너지를 더 적게 사용하거나 환경 친화적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며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토드 필립스(Todd Phillips) 미국진보센터 금융규제 책임자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는 자산에 대한 증권 여부를 정의하는데 있어 명확한 방법"이라며 "기본적으로 자금을 끌어 모아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해 디파이(탈중앙화) 앱을 만든다면 그것은 증권이며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위 테스트는 미국 대법원에서 투자 관련 4가지 기준에 따라 코인의 증권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또 테드 버드(Ted Budd) 하원의원은 "가상자산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시행함으로써 보모국가(nanny state)가 될 우려가 있다"며 브라이언 브룩스 비트퓨리 CEO에게 현재 미국의 제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에 브룩스 CEO는 "가상자산 규제는 단일 규제기관이 아닌 복수의 규제기관으로부터 분산화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 미국의 은행권에 대한 규제 시스템과 현행 규정을 가상자산 업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조쉬 고트하이머(Josh Gottheimer) 하원의원은 "미국 재무부 주도 대통령 금융시장 실무그룹(PWG)이 내놓은 권고안에서 제안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관련 지침 등 일부를 이행하기 위한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라며 "법안과 관련해 업계의 장단점 분석 및 건의를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데이터 수집 관행 관련 언급이 이어진 후 배리 루더밀크(Barry Loudermilk) 하원의원이 블록체인이 데이터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지 묻자 브룩스 비트퓨리 CEO는 "통상 네트워크 공격 사태가 발생하면 몇 주 내지 몇 달이 지나서야 피해 범위를 모두 파악할 수 있으나 블록체인은 이같은 상황에서 높은 투명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빌 포스터(Bill Foster) 하원의원은 자리에 참석한 기업인들에게 "법원이 불법 행위를 벌인 계정에 대한 익명성을 없앨 수 있는, 즉 가상자산의 익명성을 통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묻자 이에 대해 아무도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암묵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피트 세션스(Pete Sessions) 하원의원이 알레시아 하스 코인베이스 CFO에게 스캠 프로젝트 선별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해 묻자 하스 CFO는 "코인베이스는 코인 상장 전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해당 프로젝트의 기술 및 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기준을 통과한 프로젝트만 상장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관련, 알레시아 서클 CEO와 카스카릴라 팍소스 CEO에게 니디아 벨라스케스(Nydia Velazquez) 하원의원이 연방 규제기관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지지할 것이냐고 묻자 이들은 모두 동의한다고 답했다.

드넬 딕슨 스텔라개발재단 CEO는 "초당적 인프라법에 포함된 '중개인(브로커)'에 대한 정의는 허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통과된 인프라법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추가 과세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들이 중개인으로 정의된 가운데 일부 의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브로커의 범위를 확대 해석할 경우 채굴자, 검증자, 지갑 사업자와 디앱(dApp) 개발자들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CEO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선물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는 승인한 반면 비트코인 현물 기반 ETF에 대한 승인은 보류하고 있는 점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은 은행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 소외자들에게 보다 나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전통 금융 시스템을 통한 해외송금의 느린 속도, 높은 비용 역시 가상자산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한나 블루밍비트 기자 sheep@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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