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어렵게 잠에 들어도 두세 번씩 깨기 일쑤였다. 일어나면 항상 피곤했다. 그럼에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불면증 정도는 다 겪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잠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것은 얼마 전이었다. 예전보다 몸이 찌뿌둥했고 더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고민 끝에 인터넷에서 불면증 진단 자가 체크를 해봤다. 15점 이상이면 전문가 진단이 필요하다는데 내 점수는 18점이었다. ‘이거 안 되겠다.’ 지체 없이 서울 논현동의 수면 전문병원으로 달려갔다.
그가 말한 수면다원검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뇌파와 턱 근전도 등을 통해 렘수면(얕은 수면, 꿈 수면)과 비렘수면(수면 1·2단계, 깊은 수면)의 길이를 파악하는 수면 구조 검사, 호흡 수와 호흡량, 혈중 산소농도 등을 측정하는 수면 호흡 검사, 다리 근육의 불규칙한 떨림과 자세 변화를 확인하는 수면 중 움직임 검사다. 이 검사들로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이갈이, 불면증, 하지불안 증후군, 기면증, 렘수면 행동장애 등 다양한 수면장애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원래는 60만원 정도 검사비가 들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돼 전체 비용의 20%인 약 12만원에 검사 예약했다.
사흘 뒤인 28일 오후 8시30분 병원에 도착했다. 밤새 내 수면 상태를 체크할 수면실은 침대와 테이블, 샤워 부스가 달린 화장실로 이뤄져 있었다. 작은 호텔 방 같았다. 천장 한쪽엔 밤새 자는 모습을 촬영할 적외선 카메라도 보였다. 수면기사가 들어와 가슴, 허리, 목 둘레를 잰 뒤 곧바로 코와 가슴 윗부분, 배, 종아리, 머리 등에 센서를 붙였다. 10시 정각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좀처럼 오지 않았다. 1시간여를 뒤척이는 모습을 지켜본 수면기사가 결국 수면 유도제를 줬다. 약을 먹은 지 약 30분 뒤 거짓말처럼 눈이 감겼다. 새벽 5시30분이 되자 수면기사가 나를 깨웠다.
한 원장은 곧바로 ‘양압기 치료’를 처방했다. 양압기는 코에 일정한 압력으로 산소를 넣어 자는 동안 기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기도가 넓어지면 뇌로 들어가는 산소의 양이 많아져 더 깊게 잠을 잘 수 있다. 한 원장은 “단순히 무호흡만 없애는 게 아니라 수면 때 뇌파를 비롯한 심박동수, 산소포화도, 근육 이완 등이 정상 수치로 돌아와야 양압기 치료가 최종 완결된다”고 말했다.
사흘 후에 다시 병원에서 잠을 자며 내 기도에 맞는 양압기 압력을 측정했다. 양압기의 효과를 느낀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일어나자마자 몸이 개운했다. 매일 양압기를 낀 채 자야 한다는 생각에 착잡함을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다시 꿀잠을 잘 수 있다는 설렘이 머릿속을 교차했다.
글=은정진/사진=김병언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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