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선거 때마다 지역 개발 공약이 토건족과 결부됐다. 대표적인 게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4대강 개발사업이다. 건설맨인 그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또다시 토건족 광풍이 몰아쳤다. 총사업비 23조원이 토건족 주머니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2억원을 넘어섰다. 체감 집값은 정권 초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으로 내몰렸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장동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토건족이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관이 공동으로 도시개발사업을 할 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법안과 민간 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챙길 수 없게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들 산업과 종사자를 토건족으로 몰아 부조리한 집단으로 규정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건축과 토목은 대표적인 국가 인프라산업이다. 도로 공원 주택 사무실 등 실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지난해 기준 건설투자액은 293조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5.2%로 높다. 건설업 매출은 2019년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건설·부동산업 종사자는 2019년 기준 200만 명 안팎이다. 구체적으로 건설업이 150만여 명, 개발·임대·관리 등으로 이뤄진 부동산업은 53만여 명이다.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800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셈이다.
건설·부동산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조작은 관련 종사자와 가족의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설·부동산산업 종사자의 기를 살리는 공약을 내놓으면 어떨까. 삶의 질을 높이는 건설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만 건설인의 사기를 진작하는 방안을 공개하는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