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건설업 종사자를 '토건족'이라니

입력 2021-12-09 18:20   수정 2021-12-10 00:07

내년 3월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경기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이 지난 4년간 급등한 아파트 시장과 함께 이슈의 중심에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도시공사와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 얽힌 개발 이익 스캔들이다. 대장동 사태로 건설·부동산업계에 자조 섞인 한탄의 목소리가 들린다. 때만 되면 되살아나는 ‘토건족(土建族)’ 망령 때문이다. 건설·부동산업 종사자들이 투기 조장과 불로소득 취득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선거 때마다 '토건족 몰이' 부활
토건족의 기원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와 중동에서 정부의 지원과 협조 아래 건설회사가 쑥쑥 성장했다. 이들 건설사와 종사자를 얕잡아 부르는 용어가 바로 토건족이다. 당시 국내 건설업체가 중동의 오일 달러를 벌어들여 산업화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 평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1970년대 이후 아파트 청약 열풍이 불며 복부인, 복덕방, 떴다방이 인구에 회자됐다. 건설업종 비하 용어인 ‘노가다(건설 근로자)’도 일상어가 됐다.

2000년대 들어 선거 때마다 지역 개발 공약이 토건족과 결부됐다. 대표적인 게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4대강 개발사업이다. 건설맨인 그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또다시 토건족 광풍이 몰아쳤다. 총사업비 23조원이 토건족 주머니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2억원을 넘어섰다. 체감 집값은 정권 초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으로 내몰렸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장동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토건족이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관이 공동으로 도시개발사업을 할 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법안과 민간 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챙길 수 없게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실생활과 뗄 수 없는 인프라산업
돌이켜보면 건설·부동산 관련 사건·사고가 적지 않다. 건설 수주와 낙찰 비리, 아파트 분양 비리, 비자금 조성 같은 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졌다. 업계 내부적으로 자정 활동과 이미지 개선 작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세부 업종별로 직업윤리 교육을 엄격하게 이수하도록 하고, 법규 위반 때 제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들 산업과 종사자를 토건족으로 몰아 부조리한 집단으로 규정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건축과 토목은 대표적인 국가 인프라산업이다. 도로 공원 주택 사무실 등 실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지난해 기준 건설투자액은 293조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5.2%로 높다. 건설업 매출은 2019년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건설·부동산업 종사자는 2019년 기준 200만 명 안팎이다. 구체적으로 건설업이 150만여 명, 개발·임대·관리 등으로 이뤄진 부동산업은 53만여 명이다.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800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셈이다.

건설·부동산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조작은 관련 종사자와 가족의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설·부동산산업 종사자의 기를 살리는 공약을 내놓으면 어떨까. 삶의 질을 높이는 건설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만 건설인의 사기를 진작하는 방안을 공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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