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신규 민자·광역철도에 ‘철도역사 공공주택 복합개발’을 의무화하기로 하고 8개 역사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9일 발표했다.
철도역사 공공주택 복합개발은 철도사업자가 처음부터 철도역을 건물형으로 건설해 하부층은 철도 출입구, 상부층은 주택으로 복합개발하는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지은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이 매입해 청년을 위한 매입임대나 장기전세주택 등으로 공급하게 된다. 일본 프랑스 등의 민자 철도사업에서는 활성화된 제도지만 한국에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지로 2025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4개 역(영등포·대림삼거리·시흥사거리·한양대역)과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설계되는 GTX-C 4개 역(창동·청량리·양재·덕정역)을 선정했다. 500가구씩 1000가구를 지어 사회초년생, 스타트업 종사자, 문화창업인 등에게 공급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서울 도심 내 1~2분이면 지하철을 타는 초역세권에서 시세 절반 수준의 임차료로 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지에선 8층 안팎 건물을 지어 약 1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2025~2026년께 입주자를 모집한다. 영등포역사는 기존 2층 규모 철도 출입구의 구조를 보강해 8개 층을 증축,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1호선·KTX 등 출퇴근 편의를 고려해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모집한다. 한양대(에리카캠퍼스)역사는 예정 부지에 추가 출입구를 설치해 2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공주택을 짓는다. 한양대 재학생 외에 향후 캠퍼스 혁신파크에 입주하는 기업 종사자에게도 입주 기회를 줄 계획이다.
GTX-C는 설계 이전 단계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공급 규모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창동역은 역과 연결된 건물 상부에 창동 아레나 등 문화·예술시설과 연계한 지역전략산업(문화창업) 주택을 조성해 청년 문화창업인 등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역사 등은 모두 초역세권인 만큼 600~800%가량의 용적률을 적용해 개발할 수 있다”며 “시범사업지는 부지 계획이 이미 확정돼 층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지만 향후에는 30~40층의 초고밀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지 자체가 넓은 3기 신도시 주변은 분양주택 공급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신도시를 관통하는 광역철도의 경우 사업자에 인근 택지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도 준다. 그 대신 임대수익, 분양수익 등의 개발이익은 철도 요금 인하, 운영비 절감 등에 사용하도록 ‘광역철도 업무처리지침’(가칭)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장홍대선은 철도 요금이 30~40%가량 인하될 여지가 있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신규 민자·광역철도의 복합개발을 모두 의무화하기로 했다. 발생 수익도 요금 인하나 운영비 보조 등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기로 했다. 연내 ‘철도건설법’ 등 법령 개정에 들어가고 내년까지 광역·민자 철도사업은 주택 공급 등 복합개발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사전타당성조사를 시작한 5개 지방권 광역철도 선도사업에 대해서도 노선 결정 단계부터 주택 수요 및 역세권 개발 가능 부지 등을 검토해 복합개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광역철도 △광주~나주 △대구~경북 △용문~홍천 △부산~양산~울산 △대전~세종~충북 등이 대상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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