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품권 30조로 키워놓고 국비지원은 반토막"

입력 2021-12-09 17:49   수정 2021-12-10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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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까지 불어난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따른 예산 분담 비율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국비 지원 비율이 낮은 서울시는 정부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9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국비를 추가로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율이 4%인 다른 지자체와 달리 서울시는 절반인 2%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라는 전국적 재난 상황에서 특정 지자체에 대한 지원율을 낮추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각 지역의 소비 촉진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다. 최대 10%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하며 정부는 할인율 3~8%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비로 지원해왔다. 나머지 할인에 대해선 각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하는 구조다.

국회는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한 6조원의 다섯 배인 30조원으로 대폭 키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강하게 밀어붙인 영향이다. 그 대신 정부는 국비 지원율을 올해보다 낮은 4%로 하되,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와 경기 화성시, 성남시, 수원시 등 4개 불교부단체(지방교부세를 지원받지 않는 지자체)에는 2%만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재정 상황이 빠듯한 지자체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발행 규모를 늘리면서 국비 지원은 줄이면 지방재정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시는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서 행안부 기준인 ‘재정 주의’ 단체로 지정될 위기에 놓여 있다. 추가 재정 투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서울시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2012년 12.07%에서 올해 9월 기준 21.92%까지 치솟았다. 내년 발행 규모를 1조원가량으로 잡고 있는 서울시는 국비 지원율에 따라 추가 부담이 2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 10%를 고정한 데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더 많은 서울시민이 혜택을 보도록 할인율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서울시 의견에 대해 중앙정부 내에서도 부처별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인 데 비해 기재부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한시적 이유로 국비 지원을 확대했던 것인 만큼 재정 여력이 되는 지자체에는 지원 비율을 줄이는 게 맞다”며 “소비자 후생을 감안하면 할인율 10%도 조정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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