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탄소중립 공식화…美 전기차 전환 '가속페달'

입력 2021-12-09 18:00   수정 2021-12-10 01:1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공화당에선 거센 반발이 일었다. 존 바라소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행정명령이 화석연료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더 큰 관료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청정에너지 시장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싱크탱크 제3의 길의 조슈아 프리드 수석부회장은 “연방정부는 많은 분야에서 가장 큰 구매자”라며 “정부가 친환경 제품과 소재, 차량을 계속 구매한다는 메시지를 주면 기업들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기차 전환 더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중요한 집권 과제로 제시해왔다. 취임 직후인 지난 4월에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52%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각국의 목표 강화를 독려했다. 지난달 말에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105개 참가국의 메탄 감축 선언 동참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미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미 연방정부가 구입하는 전기 가운데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비중은 40%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전기자동차 판매 비중은 전체의 4% 수준으로 추산된다. 중국(9%) 유럽(14%)보다 작은 수준이다.

현재 연방정부가 소유한 차량 가운데 전기차는 약 1.5%에 불과하다. 2021회계연도에 구매한 차량 5만여 대 가운데 전기차는 650대에 그친다. 글로벌 금융기업 ING는 “전기차에 대한 미 연방정부의 지원 부족, 저렴한 휘발유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이 전기차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대미 투자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의 전기차 확대에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리처드 L 레베즈 미국 뉴욕대 환경법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행정명령은 법제화될 때까지 까다롭고 긴 규제 논의 과정을 거친다”며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은 연방정부의 조달 규칙을 정하는 것이어서 즉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 대표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에 350억달러를 투자하고, 2035년 가솔린차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2025년에는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미국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올해 판매량 예상치(약 89만 대)를 뛰어넘는 규모다.

GM과 미 완성차 업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포드는 2023년까지 전기차 생산능력을 연간 6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미국 내 2위 전기차 판매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포드와 GM 모두 반도체 기업들과 손잡고 전기차용 반도체칩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2억9000만달러를 들여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다. 도요타가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약 80만 대분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2025년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생산 능력은 단계적으로 12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2025년까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전환에 약 300억유로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미국 판매 차량의 40%를 저공해 차량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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