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맞춤 달력’ 수요가 급증했다. 가장 인기를 모은 것은 동물 달력이다. ‘고양이 유튜브’로 유명한 크림히어로즈가 앞면을 고양이 일러스트, 뒷면을 사진으로 구성한 탁상 달력 프로젝트에 7500여 명이 몰렸다. 모금액도 목표의 10배를 넘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기획한 야생동물 달력에는 목표의 18배 금액이 모였다.
개인이나 가족용 달력을 주문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달력 제작업체 홈페이지에 반려견의 사진과 생일 등을 담아 주문하면 ‘나만의 탁상 달력’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가족 생일과 자녀·손주 사진을 넣은 벽걸이 달력 의뢰도 많다.
자치단체들은 음식과 농사, 관광, 건강 관련 달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남 해남군은 지역 특산물 중심의 계절음식을 담은 탁상용 달력을 선보였고, 경북 청도군은 월별 농업 정보를 담은 농사달력을 제작했다. 대구 달성군의 지역 관광달력, 경기 가평군의 어린이 건강달력도 눈길을 끈다.
기업들의 움직임 또한 이전과 다르다. 한화그룹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달력 4만 부를 제작해 300여 기관과 단체, 개인에게 나눠주고 있다. 삼성은 연말 이웃사랑성금 500억원 기탁 외에 유니세프 등 8개 단체와 공동제작한 달력 31만 개를 구입해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부영그룹은 9만여 임대세대에 새해 달력을 선물했다.
‘몸짱 소방관’ 달력에 이어 ‘몸짱 간호사’ 달력까지 등장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소속 남성 간호사 10명이 몸짱 모델로 나서 코로나에 지친 환자와 의료진을 응원했다. 경북대병원의 ‘심뇌혈관질환 바로 알기’ 달력도 ‘맞춤 달력’의 모범 사례 중 하나다.
한때 달력은 ‘날짜 확인’이라는 평면 정보를 주는 데 그쳤다. 이제는 의미와 재미를 아우르는 입체형 캐릭터로 되살아나고 있다. 단순한 숫자만이 아니라 삶의 활기와 생명력까지 제공하는 매개가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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