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민을 향해 각종 논란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내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와는 각을 세우면서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여권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정부의 정책 중 미흡한 부분을 지적함으로써 빠져 나간 중도층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만큼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층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반영된 것.
이 후보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위성정당 등의 사안에 관해 사과를 거듭해왔다.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에서 따듯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신을 꾀하며 '잘못한 건 인정한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
그는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에 대해 지난달 20일 "'내가 깨끗하면 됐지' 하는 생각으로 많은 수익을 시민들께 돌려 드렸다는 부분만 강조했지, 부당이득에 대한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읽는 데에 부족했다"라며 사과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를 한 모범적 사업"이라고 자평하며 모든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두고도 국민 앞에 납작 엎드렸다. 그는 지난 2일 한국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조 전 장관 사태를)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한다"면서 "조 전 장관은 여전히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받고 또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못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져야 하며 특히 지위가 높고 책임이 클수록 비판의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공정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에게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하게 해 드린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편법을 사용해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했다며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했던 점도 반성했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정당 혁신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성정당이라고 하는 기상천외한 편법으로,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실제로 한 번 작동도 못 해 보고 다시 후퇴해버린 것 같다"며 "당 후보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총선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이로 인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반면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국민을 대하는 것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 청소년 방역패스, 부동산 등 당면 과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차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 정권에 실망해 이탈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
그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전 국민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책임지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며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비교했더니 한국의 전 국민 지급 현금성 지원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에 불과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미국은 이 수치가 우리의 다섯 배"라면서 "재정지원 규모에서도 평소보다 국가 지출이 쥐꼬리만큼 늘어났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방역비용 100조원을 국민이 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일은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해서도 정부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충분한 설명이나 사회적 논의 없이 곧바로 백신 접종을 강제한 정책을 내놓은 것은 문제"라며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이 필요하더라도 백신 효과성·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불식 및 보상·지원 강화 방안이 먼저 제시됐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학교·학원을 중심으로 10대 청소년 코로나 감염 사례가 급격히 늘자, 올해 기준 12~17세 청소년도 8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방역 패스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서울교육살리기학부모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8일 '학습 권리 침해', '미 접종자 차별' 등을 근거로 국가인권위원위에 진정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현 정권의 최대 정책 실패라고 여겨지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7일 무주택 청년들과 가진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에서 "진보정권이라고 불리는 정권의 정책 핵심은 투기수요 억제, 그 방식은 금융 대출 통제 정책, 거래 제한, 토지 거래 허가"라며 "3가지 방식을 동원해서 수요를 통제하면 적정한 물량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 집값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봤던 것인데 시장이 다르게 반응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수요를 억제해도 풍선효과만 발생한 것"이라며 "시장구성원들은 초과 수요에 의한 주택 가격 상승을 못 막는다고 생각했고, 지금 안 사면 나중에 집값이 오를 것 같다는 판단에 가수요, 공포수요, 불안수요까지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정책 기본 방향을 공급을 충분히 늘리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층수나 용적률을 일부 완화해서 민간 공급을 늘리는 방식도 있고 공공택지 공급을 지금보다 과감하게 늘려서 공급 안정적으로 늘려가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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