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즈음부터 최근까지 반도체 업계와 주식시장에선 때아닌 '반도체 겨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불을 붙인 곳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였다. 모건스탠리는 8월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리포트를 통해 "(반도체) 사이클 후반기에 진입해 얻는 보상보다 위험이 크다"며 "D램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상승률은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낮췄다.
D램 가격의 급격한 하락도 모건스탠리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기업 간 거래) 가격은 평균 3.71달러로 9월보다 9.51%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2019년 7월(-11.18%) 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의 피크아웃(고점통과)이 시작됐다는 우려를 내놨다. 이미 가전업체 등 대형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간 데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아날로그 반도체 쇼티지(수급 부족) 상황에도 영향을 받은 탓으로 분석됐다. 아날로그 반도체가 부족해지면서 제품 출하량도 함께 줄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현물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가다. 보통 4~6개월 뒤에는 기업 간 거래인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된다. 고정거래가격은 일종의 도매가격이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에 대량 납품할 때 적용된다.
반도체 현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PC 및 서버 제조업체의 재고 수준이 10주 이상에서 7~9주로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용 D램 수요가 전망치보다 훨씬 웃돌고 있다"며 "데이터 업체들이 내년 수요를 대비한 서버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장 1위 탈환도 모건스탠리의 비관적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1년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이 1532억달러(약 180조40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 7.6%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반도체 시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부문이 주도했다. 메모리 부문은 2분기보다비 12% 성장했다. 특히 3분기 낸드 매출은 187억달러로 2분기(164억달러)보다 약 14% 증가했다.
D램 가격 하락에 대한 시장 우려에도 삼성전자의 활약이 빛났다. 삼성전자 매출은 2분기보다 13.0% 늘어난 209억5800만달러(약 24조6361억원)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인텔을 누르고 11분기 만에 1위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도 인텔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전분기 대비 10.8% 증가한 99억7600만달러(약 11조72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가도 반응하고 있다. 지난 10월 6만원대로 내려앉았던 삼성전자 주가는 10일 7만 6900원까지 올라섰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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