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5년간 한국에서 받은 情, 음악으로 보답할게요"

입력 2021-12-12 17:51   수정 2021-12-13 00:28

재미동포 2세 대니 구(30·사진)는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온 바이올리니스트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16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디토 앙상블 멤버로 참여하면서 한국에 왔다. 2018년 어린이 음악회 ‘핑크퐁 클래식 나라’에 출연해 ‘대니 쌤(선생님)’이란 별명으로 친근해졌다. 유튜브 채널 ‘대니랜드’를 개설해 클래식 연주자의 일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는 JTBC의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2’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무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온 그가 이달 2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송년 음악회 ‘홈 어게인’을 연다. 재즈와 클래식, 캐롤 등을 한데 엮어 들려줄 예정.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니 구는 “한국에서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을 때마다 행복했고, 미국에 돌아가서도 늘 그리웠다”며 “제게 늘 따뜻한 고향이 돼준 고국 팬에게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니 구는 미국 보스턴의 명문 음악대학인 뉴잉글랜드음악원을 졸업한 뒤 주로 북미 지역에서 활동했다. 미국의 실내악 축제인 ‘반프와 챔플레인호수 음악축제’에서 상주 연주자로 활동했고, 캐나다 최대 음악원인 로열컨서바토리오브뮤직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클래식을 널리 알리려는 이유가 ‘자존감’ 때문이라고 했다. 바이올린을 본격적으로 배운 건 열여섯 살 때. 사춘기를 겪으며 방황하던 자신을 붙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백인이 주류를 형성한 지역에서 고단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말수도 없었고 낯도 가렸다”며 “공부나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내게 음악은 유일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통로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에게 삶의 숨통을 틔워준 클래식을 부모의 고향인 한국에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자란 자신이 무례하게 비쳐질까 염려했지만 걱정과 달리 다들 환대해줬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정(情)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 제목을 ‘홈 어게인’이라고 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다시 집에 돌아온 느낌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공연 프로그램은 가족과 관련한 곡으로 채웠다. 1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고잉 홈’을 첫 곡으로 들려준다.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 아일랜드 민요 ‘대니보이’ 등을 연달아 선사한다. 2부에선 크리스마스 캐롤을 편곡해 연주할 예정이다.

공연을 함께할 출연진은 고심 끝에 골랐다고 했다. 고상지(반도네온), 윤현상(비브라폰), 조천영 밴드, 가수 양파 등이 함께 무대에 선다. 그는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들며 연주할 수 있는 음악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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