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워크를 할 때조차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좋은 소설가는 날달걀입니다
중요한 순간 탁, 깨져야 하니까요
선생님은 노래방입니다
끝까지 듣지 않습니다
아이는 깜빡거리는 신호등입니다
다 건너지도 않았는데 어른이 되었습니다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습니다
분명 다 마른 거라고 했는데요?
엄마는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입니다
가끔은 말도 안 되거든요
시집 《때때로 캥거루》(문학과지성사) 中
팬데믹 이후, 많은 부분에서 유머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유머 있는 라이터를 주웠습니다. 피식 웃음이 납니다. “좋은 소설가는 날달걀”이고 “선생님은 노래방”이고 “아이는 깜빡거리는 신호등”이고 “엄마는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라고 말하는 시적 화자에게서 유머를 배워봅니다. 유머 속에 통찰력이 칼처럼 숨겨져 있습니다. 깊이 읽으면 베일지도 모르니까 가볍게 읽기로 합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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