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생존 갈림길에 선 車 부품산업

입력 2021-12-12 17:33   수정 2021-12-13 00:20

2016년 9월 열린 프랑스 파리 모터쇼. 독일 다임러의 디터 체체 최고경영자(CEO)는 대변혁을 겪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향을 ‘CASE’로 명명했다. 네트워크 연결(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차량 공유 및 서비스(shared&service), 전동화(electric)를 합친 말이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로 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무렵 등장한 이 용어는 이후 자동차산업의 메가트렌드로 굳어졌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앞다퉈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차를 내놓는 한편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1908년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대량 생산 방식을 도입한 이래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변혁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100년 만에 대변혁기 맞아
자동차산업이 CASE로 진화한다는 건 제조방식이 재편된다는 것과 동의어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분야가 자동차 부품산업이다. 자동차산업의 무게중심이 기계와 하드웨어 기반에서 전자기술과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엔진과 변속기 등 전체 부품의 30%를 차지하는, 내연기관에 특화된 부품 업체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만큼 내연기관의 입지는 좁아진다. 산업연구원과 일본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사라지는 부품 수는 1만1000개에 이른다. 이 중 6900개(62%)가 엔진과 관련된 부품이다.

내연기관 외에 차량 내외장재, 전자장비 분야 등의 부품업계도 요즘 위기다. 우선 완성차 생산량이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일감 자체가 줄고 있다.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2018년(1~10월 기준) 328만 대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84만 대에 그쳤다. 여기에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자동차 생산 지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 등의 악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닥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에 시달리다 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부품 업체도 최근 늘고 있다. “이러다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자동차 부품산업 생태계 붕괴"
생존의 기로에 선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대응책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게 부품 업체들의 고민이다. 전기차를 돌릴 수 있는 발전 용량과 충전 시설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적어도 30년 이상 공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래 차 시대를 대비하되 내연기관 부품의 경쟁력을 등한시할 수 없는 이유다.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 차량이냐’는 논란도 뜨겁다. 배기가스만 배출되지 않을 뿐 배터리 제조와 전기에너지 생산까지 고려한 ‘생애 전 주기 평가(LCA)’로 보면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카가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희토류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배제할 수 없어서다. 물론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도 열릴 전망이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장 부품 시장은 2018년 222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1574억달러로 증가한다.

약 3만 개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산업은 제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제조업 강대국은 모두 자동차산업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고, 고용의 10%를 책임질 정도로 영향이 큰 산업이다. 미래 자동차산업을 대비하기 위해 한국의 산업 구조에 맞는 최적의 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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