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게 된 근본 원인은 올해 집값 상승이 그만큼 가팔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실거래가지수 상승폭은 19.0%로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 16.5%를 웃돌고 있다. 내년 전국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이 20%라고 하더라도 지역별 집값 상승률이 제각각인 만큼 공시가격 인상폭도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9월까지 실거래가지수 상승폭을 살피면 내년 지역별 공시가격 상승폭을 가늠해볼 수 있다.
서울은 9월까지 이 지수가 155.1에서 180.0으로 16.0% 올랐다. 지난해(20.8%)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실거래가 통계가 아직 3개월이나 남아 있어 작년 상승폭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이 포함된 동남권 권역은 15.8% 올라 지난해 14.6%를 넘어섰다. 서울 5개 권역 중 올해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동·광진·노원·도봉·강북 등 8개 구가 포함된 동북권(17.0%)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특히 서울 외 수도권 지역의 공시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 서울 아파트가격과의 ‘키 맞추기’ 등으로 경기·인천 지역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인천의 실거래가지수는 9월까지 34.9% 급등했다. 지난해 상승률(14.0%)과 비교하면 2.5배에 달한다. 경기 지역 역시 30.8% 올라 지난해 상승률(23.8%)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개별 아파트의 내년 공시가격이 국토교통부가 예상한 전국 평균(20% 이상) 정도로만 인상된다고 가정할 때 종부세 등 보유세 증가폭을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팀장에게 의뢰해 분석했다. 우선 종부세 대상 단지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작구의 상도더샵 1차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올해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8만원을 내야 한다.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도 올해 부과되지 않던 종부세가 내년에는 24만원 나온다.
시가 10억원대 후반 아파트는 종부세가 두세 배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 염리GS자이 84㎡ 종부세는 올해 25만원에서 내년 79만원으로 세 배가 넘는다. 용산구 이촌한가람 84㎡ 종부세는 98만원에서 212만원,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67만원에서 133만원으로 약 두 배로 늘어난다.
재산세를 합친 연간 주택 보유세가 2000만원을 넘기는 단지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반포의 래미안퍼스티지 84㎡의 올해 보유세는 1881만원이었지만 내년에는 2441만원까지 늘어난다. 같은 지역의 아크로리버파크 84㎡는 1792만원에서 2330만원으로 뛰며, 반포자이는 1652만원에서 2154만원까지 보유세 부담이 증가한다. 강남구에서는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보유세가 1723만원에서 2389만원으로 늘어난다.
초고가 주택에서는 한남더힐 235㎡ 보유세가 올해 4818만원에서 내년 5637만원, 아크로리버파크 112㎡ 보유세는 2726만원에서 3285만원까지 오르는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강남권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던 만큼 개별 단지의 공시가격 상승폭이 전국 평균치 이상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더 큰 보유세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도 높다. 올해 DMC래미안e편한세상의 전년 대비 공시가격 상승폭은 53%, 상도더샵 1차는 34%에 이르렀다.
부동산업계는 내년 공시가격이 20% 또 뛰면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가 종부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정/노경목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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