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처럼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시기에 1주택자들은 '갈아타기'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시세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돼 세 부담이 준 데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 가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갈아타기에는 너무 섣부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양도세 부담은 줄었지만 상급지로 가기 위해선 추가 대출이 필요한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졌고, 다주택자들이 많은 매물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적당한 곳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라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를 팔 때 12억원 아래면 비과세 혜택을 주고 12억원을 넘으면 과세 대상 양도 차익에서 기본공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빼 과세표준을 산출한 후 6~45%의 세율을 곱해 양도세를 결정한다.
가령 2년 전 6억5000만원에 취득한 아파트를 12억원에 되판다면 기존 9억원 기준일 때 양도세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3507만원이지만, 비과세 기준이 12억원으로 확대된 지금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8억원에 사 15억원에 팔아 시세 차익을 7억원 남겼다면 9억원 기준일 땐 양도세 9538만원이었지만 이젠 약 3분의 1 수준인 3618만원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가격 측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갈아타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4로 지난달 셋째 주(15일) 이후 4주 연속 줄어들고 있다. 지수가 100 이하는 팔 사람이 많단 뜻이다. 서울 곳곳에서 하락 거래가 나오는 등 매수자가 가격을 살펴보고 결정할 수 있어 갈아타기 의사가 있다면 고려해볼 수 있단 설명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양도세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되면서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유인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요즘처럼 곳곳에서 하락 거래가 나오고 매수자 우위 시장에선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기보다는 부담이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선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실수요자가 나오고 있다. 강동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세금 부담이 완화됐다는 소식에 갈아타기를 문의하는 수요자들이 꽤 있었다"며 "대신 '거래 절벽' 현상이 계속되는 만큼 기존에 살고 있는 집을 먼저 매도한 이후 갈아탈 집을 찾는 등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했다.
통상 1주택자들이 '갈아타기'를 하는 이유는 더 나은 환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자녀가 성장해 집의 면적을 넓히거나 학군 등을 고려해 지역을 이동하기도 한다. 때문에 상급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대출이 추가 발생할 수 있다. 금리가 올라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점은 갈아타기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지만 마음에 드는 매물을 골라가기 어렵다는 점도 갈아타기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이라 1주택자 갈아타기로 나올 수 있는 매물은 한정적이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이들의 매물이 쏟아질 유인이 적다.
강영훈 '붇옹산의 부동산 스터디' 카페 대표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인 상황에서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어난 것은 시장 상황에 맞게 세금 제도도 정상화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조치가 매개가 돼 시장 공급 상황이 나아지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좀 어렵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상급지 이동을 원하는 1주택자들은 까다로운 측면이 많은데 옮기려는 수요가 있어도 옮기지 못하는 것은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원하는 곳으로 골라서 가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상급지에 있는 1주택자들이 나올 이유는 없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와야 하는데 당분간은 풀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내년 대선까지는 일단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시장에 퍼져있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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