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와 관련해 “1년 정도 한시적 유예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정부·청와대와 민주당 내 반발이 거센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 완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경북 민생 탐방 후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유예 후 1년이 지나면 원래 예정대로 중과 유지하는 방안을 민주당과 협의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양도세 중과 부분을 완전히 면제하고, 9개월 안에 처분하면 절반, 12개월 안에 완료하면 4분의 1만 내리는 방식”이라며 “효과를 두고 논쟁 중인데 저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거래에 따른 일시적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양도세는 거래세에 조금 더 가까운 측면이 있다”며 “양도세는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다주택자가) 팔고 싶은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다주택자의 매물 잠김 해소를 위해서 (일시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양도세 완화를 두고 지도부와 일부 의원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후보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입장을 보인 데다 민주당 지도부도 부동산 표심을 의식해 다주택자의 매물 유도를 위한 양도세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6월 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 이상인 경우 양도세 최고세율은 기존 52%에서 75%로 올랐다.
하지만 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 당내 강경파는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역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다주택자 양도세를 한시 인하하는 경우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정책 신뢰도도 훼손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 2일 “만약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에서 그때 상황에 따라 시간을 갖고 차분히 검토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양도세 일시 완화’에 힘을 실으면서 논의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지방을 다녀보면 시골 움막을 사놨더니 2가구로 종부세를 중과해 억울하다는 (얘기를 듣는데)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며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투기용 다주택자는 억제한다는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물을 내놓아 시장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해 깊이 있는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가에서는 기재부와 청와대가 반대하고 있어 이 후보가 추진하는 방안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이날 민주당은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조절’에 선을 그으면서도 “공시가 현실화로 중산층과 1주택자의 재산세, 건강보험료가 늘어나지 않도록 당정은 정책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공시가 현실화까지 겹쳐 ‘재산세 폭탄’이 예고되면서 부동산 민심 악화를 감안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천=오형주/조미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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