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찾은 반가운 얼굴…5년 만에 '정통 사극'이 왔다

입력 2021-12-13 17:39   수정 2021-12-14 00:21

정통 사극 고유의 묵직함에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가 더해졌다. 5년 만에 돌아온 KBS 대하 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연출과 구성으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정통 사극의 오랜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씻을 만한 수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 11~12일 1~2회가 방영된 이 작품은 32부작으로 기획됐다.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나온 정통 사극이란 점에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고, 방영 2회 만에 시청률 9%를 돌파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1%까지 치솟았다.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해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상욱이 태종 이방원을, 김영철이 그의 아버지인 태조 이성계를 연기한다. 박진희, 예지원, 예수정 등도 함께 출연한다.

작품은 태종이 세종에게 양위를 하며 울부짖는 강렬한 모습으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피의 군주’로만 주로 그려졌던 이방원의 내적 갈등과 고뇌를 극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연출을 맡은 김형일 감독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작품들엔 왜 이방원이 그런 행위들을 했을까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었던 것 같다”며 “이 작품은 이방원이 했던 행위에 대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태조의 위화도 회군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회군을 기점으로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 조선을 만드는 과정을 정교하게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로써 ‘옷소매 붉은 끝동’ 등 현재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로맨스 사극과는 다른 정통 사극만의 무게감을 드러냈다. 빠른 스토리 전개도 돋보였다. 이전 사극들에 비해 속도감이 높고 장면 전환도 잦은 편이다. 성우 내레이션, 지도, 자막 등 대하 사극에서만 볼 수 있는 장치들을 활용해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고전미도 고스란히 살렸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주상욱은 오프닝에서 이방원의 폭풍 같은 내면을 잘 드러내 보였고, 위기를 뚫고 가족들을 이끌어가는 장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영철은 위화도 회군을 결심하는 장면에서부터 줄곧 극을 무게감 있게 이끌어갔다. 대규모 전투 장면은 아쉬움을 남겼다. 컴퓨터그래픽(CG)이 다소 어색해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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