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EA는 중국 최대 음악 시상식이자 축제다. 온라인이라 해도 이런 대규모 행사에 K팝 스타가 출연한다면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 이후 첫 한한령 해제 사례가 될 터였다. 주최사인 텐센트뮤직은 당국이 목줄을 꽉 잡고 있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계열사다. 여러 면에서 엑소의 출연은 한한령 해제로 볼 만했다. 하지만 결과는 ‘한한령은 여전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데 그쳤다.
회담 내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당시 “문화콘텐츠 분야를 강조했는데 (중국 측이) 굉장히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시기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진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한한령 해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함께 제시한 사례가 엑소의 TMEA 출연(예정)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도 상황을 오판한 셈이 됐다.
한 문화계 인사는 “오! 문희의 개봉은 주요 인사 방중에 대한 일종의 성의 표시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 문희는 개봉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1일에서야 광고를 시작했다. 중국이 자신들의 체제와 배치되지 않는 영화를 부랴부랴 골랐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6년 만의 한국 영화 개봉도 작은 이벤트였을 뿐이다.
한한령 이후 크고 작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해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가뭄에 콩 나듯 게임 판호(게임 유통 허가)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한한령 해제는 우리의 희망이었을 뿐 중국은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국제 관계 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미국은 한국이 중국의 텃밭인 동남아시아에서 한류를 적극 전파해달라는 희망을 다양한 경로로 전달해오고 있다”고 했다. 한국 콘텐츠 안에 녹아든 자유와 인권 같은 가치가 확산하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한령의 시작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한령은 이미 보호무역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자국 산업뿐 아니라 체제까지 지키려는 보호무역이란 지적이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갈등과 경쟁 속에서 수시로 ‘자유무역의 수호자’임을 강조해왔다. 한류 콘텐츠에도 자유무역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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