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주가 조작 사범을 철저히 응징하고 펀드 사기는 엄정 처벌해 주가지수(코스피) 5000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 중과 완화 필요성을 연이틀 제기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에 이어 ‘다주택 규제’ 기조에도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포항 죽도시장에서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 주식시장을 신속히 정상화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은 실물 경제도 중요한데 금융이 더 중요하다. 자본시장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너무 저평가됐다”고 했다.
주식시장 저평가 요인으로 이 후보는 주가 조작을 꼽았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장난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며 “규칙을 어겨서 돈 버는 사람이 없어야 되고, 규칙을 지켜서 손해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발언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주가는 ‘기업 실적의 거울’인데 주가 조작을 잡아 지수를 50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건 황당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후보는 포스텍에서 열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제에선 “박 회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산업화의 토대를 만드신 분”이라며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박 회장의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치켜세웠다. 앞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 성과를 인정한 데 이어 이날도 산업화 업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추모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는 “지금 다주택자들이 팔고는 싶은데 양도세 중과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빨리 팔수록 중과 부담을 일시적 비상조치로 완화해 주면 상당량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다주택자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1년 정도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데 이어 또다시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유예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 후보는 법 개정 후 △6개월 이내 중과 100% 면제 △6~9개월 50% 면제 △9~12개월 25% 면제 등 ‘단계적 유예’ 방안을 제시했다.
이 후보의 발언으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가 대선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후덕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이 후보가 유예 의견을 줬기 때문에 바로 당 정책위원회와 협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도 “그동안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 후보 발언을 계기로 부동산 정책은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주택 규제 완화에 대한 당내 이견 및 청와대·정부의 반발이 여전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인 진성준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후보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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