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관련주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올초 가전 부문 산하에 로봇 TF를 신설해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한 뒤 1년여 만에 상설 조직으로 바꾼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로봇의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로봇을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로봇과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로봇산업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로봇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로봇에는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인수합병(M&A) 대상이 로봇 관련 기업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노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LG전자 등 경쟁사와 비교할 때 후발주자”라며 “삼성전자가 M&A를 통해 로봇 사업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외 주요 대기업이 로봇산업에 뛰어든 것은 해당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시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지난해 277억달러에서 2026년 74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구 구조가 변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며 “로봇산업의 성장은 당장 1~2년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두된 세계적인 공급 병목 현상과 임금 상승 추세도 로봇 관련주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올 들어 공급망 차질 심화와 임금 상승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동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늘린다는 점도 로봇산업에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국내 로봇 관련주는 시가총액 1000억~3000억원 안팎의 중소형주가 대부분이다. 지난 3분기 기준 대부분 적자 상태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를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 로봇 ETF는 ‘글로벌X 로보틱스 & AI ETF(BOTZ)’다. 올 들어 9.14% 상승했다. 최근 5년 수익률은 143.57%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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