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를 집값 폭등 주범으로 몰고, 1주택자에게도 세금 폭탄을 퍼붓는 데 앞장서 온 여당이 이렇게 표변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성난 민심을 의식한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지니 단기간의 적용 시한을 정해 놓고 찔끔 ‘간보기’ 하는 정도로는 왜곡될 대로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턱없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 폭탄을 통한 수요 억제책을 고집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두 배로 올랐고, 공시가격도 급등해 종부세 납세자는 올해 42% 늘어 94만여 명에 달했다. 주택 소유자들의 종부세 부담은 전·월세로 전가돼 애꿎은 무주택 서민 주거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내년엔 더 걱정이다.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20% 넘게 오를 것으로 전망돼 종부세 과세대상 주택이 올해의 두 배인 4%로 늘고,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평균 가구원수가 2.3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국민 약 10%에 해당한다. 종부세가 국민의 2%에만 부과되는 ‘부유세’라는 정부의 강변이 무색하다. 재산세 부담까지 감안한다면 세금 폭탄 피해는 웬만한 중산층으로까지 더 확대될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율 최고 82.5%(지방소득세 포함)도 문자 그대로 수탈적이다.
국민을 세금 뜯을 대상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이래선 안 된다. 이 후보는 현 정부가 수요 억제에 치중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켰다고 수차례 사과했다.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곪은 상처를 도려내는 게 아니라 고약만 바르는 식의 미봉책에 머물러선 안 된다. 부동산 세제를 밑바닥부터 다시 바로 세우고, 시장원칙을 존중하는 공급 대책도 내놔야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국민의 부동산 고통에 송구하다면서도 국토보유세, 기본주택 등 시장을 거스르는 공약을 고수하고 있어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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