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아레나의 전체 발행주식을 주당 100달러에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 인수가액은 67억달러에 달한다. 주당 100달러는 아레나의 지난 10일 종가 49.94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가격이다.
이날 아레나의 주가는 80.38% 폭등한 90.0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아레나는 위장병학, 피부의학 및 종양학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고 유망한 개발 단계의 치료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에트라시모드(etrasimod)‘다. 먹는(경구용) 선택적 스핑고신 1-인산염(S1P) 수용체 조절제다. 자가면역질환에서 ‘S1P‘라는 새로운 표적을 대상으로 하고, 경구용으로서 복약 편의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위장관계 및 피부 질환을 포함해 다양한 면역 염증성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아레나는 에트라시모드에 대해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2건의 임상 3상과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에 대한 1건의 2·3상을 진행 중이다.
궤양성 대장염을 대상으로 한 2상 ‘OASIS’에서는 에트라시모드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에트라시모드를 투약한 결과, 시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12주차에 임상적 반응과 관해 또는 내시경적 개선에 도달했다. 또 최대 46주 동안 진행된 시험에서 지속 또는 개선효과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아레나는 2개의 심혈관계 치료제 ‘테마노그렐(temanogrel)’ 및 ‘APD418’을 개발하고 있다. 테마노그렐은 미세혈관 폐색과 전신성 경화증 수반 레이노 증후군 치료제로, APD418은 급성 심부전 치료제로 각각 2상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 글래드스톤 화이자 경영진은 “이번 아레나 인수로 염증과 면역학 분야에서 우리의 역량과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에트라시모드의 임상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도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후보물질은 현재 중간 단계 연구를 진행 중으로, 내년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연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BMS의 ‘제포시아’를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 질환은 크론병의 대표적 증상 가운데 하나다. 외신은 아레나의 에트라시모드가 BMS의 제포시아보다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존스트레이딩의 애널리스트인 프라카르 아그라왈은 “에트라시모드는 임상 중간 평가에서 제포시아보다 좋은 효능을 확인했으며 용량 조정 등 차별화될 수 있는 이점을 확인했다”며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에서만 수십억의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수 있으며, 38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 금융 서비스 기업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인 데릭 아르칠라는 “후기 임상에서 에트라시모드의 긍정적인 결과(데이터)를 기대한다”며 “치료법이 승인되면 25억달러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화이자는 이번 아레나 인수는 자가면역질환 시장에서 ‘JAK’억제제들의 연이은 FDA 승인 지연으로 JAK 이후 물질을 활발히 찾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달 면역항암제 회사인 트릴리움 테라퓨틱스를 약 22억2000만달러에 인수해 혈액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도 했다.
화이자는 올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사업 개발을 전략의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으며 딜 메이킹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며 “특히 10년 이후의 매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매력적인 후기 자산과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의료 혁신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BMO 캐피탈 마켓츠의 에반 시거먼은 현재 화이자가 29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1320억달러(약 150조원)의 거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기준 글로벌 빅파마 16개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800억달러로,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 1790억달러를 웃돈다”며 “잉여현금흐름은 작년 말 기준 1700억달러를 웃도는 역사적 고점을 갱신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사업 개발 및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김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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