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간 낮밤없이 달려 온 알바를 잠시 내려놓고 사무실을 찾았다. 오랜만에 찾은 사무실은 왠지 낯설지만 반가웠다. 나의 사무실은 ‘위워크 서울스퀘어점’이다. 그 전에는 오피스텔이나 일반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했다. 처음 공유오피스에서 지낼 땐 처음보는 사람들과의 마주침 등 불편한 점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공유오피스 전도사’가 돼 버렸다. 오피스텔과 비교해보면 장단점이 있다. 사무실 크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 스타트업 쪽에서는 핫한 오피스이기 때문에 파트너, 바이어와의 미팅 때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들이다. 그리고 늘 말하지만 커피, 맥주가 공짜라는 점도 입주사들의 발목을 잡는 매력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공유오피스가 맞는 것일까’ 라는 생각은 하루에도 열 두번 내 머리속을 지나친다. 주변에서도 계속 사업을 이어가려면 한 달 몇 십만원이라도 아낄 저렴한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한다. 물론 여기보다 저렴한 사무실은 많다. 지금 이 상황에 집이 경기도인 내가 굳이 서울 한복판에 사무실을 얻은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공유오피스의 장점을 늘어 놓게 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도시에 내 사무실이 있다’, ‘출장을 가서도 카페 전전할 필요없이 지역 위워크를 가도 되니 얼마나 좋으냐’ 등등의 너스레다.
‘공유오피스 전도사’인 나 역시 지금의 상황에선 벅찬 곳이다. 투잡을 뛰어 받은 월급 절반을 사무실 월세로 내놓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미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무실을 빼지 않는 이유는 만약 내가 이 사무실을 뺀다면 영영 여행업에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나와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스타트업 CEO들도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목 끝까지 차올라 허덕이지만 아직은 괜찮다며 스스로 위로하는 이유가 지금 포기하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조금의 기대감을 가진 건 사실이다. TV에서 ‘여행’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내 시선은 그곳을 향해 있을 정도니까. 물론 당장의 종식은 기대하지 않는다.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확실한 건 아직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의 사무실은 위워크다. 나는 내 사무실이 좋다.
올 크리스마스엔 나의 사무실에서 조촐한 파티를 해 볼까.
김정훈 씨는 여행을 좋아하다 직접 창업한 6년 차 여행 스타트업 대표다. 현재 여행 정보사이트 트래블맵 운영 중인 그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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