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동부 경제기술개발특구에서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와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포니ai가 지난 10월25일부터 이 지역에서 자율주행택시 유료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지역은 중국 중앙정부와 베이징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지역입니다. 징둥닷컴이나 바이두 본사도 여기에 있고 베이징 신공항인 다씽공항과도 가깝습니다. 로보택시를 직접 타봤습니다.
베이징 경제기술개발특구는 도로 사정이 복잡한 지역은 아닙니다. 이 지역에 회사가 더 많이 들어서고 하면 교통사정이 더 나빠질 순 있는데, 그래도 로보택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기에는 괜찮은 환경인 것 같습니다.
로보택시를 타려면 먼저 앱을 깔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앱을 통해서 차를 부릅니다.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합니다. 바이두는 뤄보콰이파오(蘿蔔快?)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국 5곳에서 시범운영을 해왔고요. 앱 이름도 뤄보콰이파오입니다. 뤄보는 중국말로 무라는 뜻입니다. 먹는 무입니다. 콰이파오는 빨리 달린다는 거고요. 뤄보는 먹는 무인데 왜 로보택시에다 붙였을까요. 좀 알아보니 뤄보라는 발음이 로보택시의 로보랑 비슷해서 그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포니ai의 앱은 포니파일럿 플러스고요.
자율주행택시,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지역은 넓이가 60㎢ 정도 됩니다. 서울시가 605㎢라고 하니 서울의 10분의 1 정도 되는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상용화했습니다. 여기에 200여개 지점을 선정하고 그 지점을 오가는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겁니다. 다른 서비스인 디디추싱이나 우버처럼 이용자가 마음대로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을 정할 수는 없고 지정된 지역에만 다닐 수 있습니다.
바이두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67대를 운영하고 있고요. 포니ai는 33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전석에는 운전자 대신 안전요원이 타고 있습니다. 운행하는 도중에는 핸들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로보택시 차 위에는 커다란 장비를 싣고 있습니다. 이게 라이더라는 건데요. 라이더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레이더입니다. 레이더는 보통 전파를 쓰는데, 라이더는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를 써서 주변 사물을 감지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습니다. 라이더는 기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싼 게 문제입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대당 차 한 대 값이라고 했고요 지금도 많이 싸졌다고는 하지만 200만~300만원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라이더를 쓰는 게 바보짓이라는 말도 했고요. 포드도 라이더를 아예 안쓰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탑승 후 휴대폰 번호를 넣고 안전벨트까지 매고 나면 안전요원이 디스플레이에서 출발 버튼을 누릅니다. 그 다음엔 운전대나 악셀, 브레이크에 거의 손을 대지 않습니다.
제가 자동차 산업을 취재할 때 2016년 1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10분 정도 도는 자율주행 시범서비스를 선보였었는데요. 그때도 물론 상당히 놀랐습니다만, 5년이 지난 지금 자율주행기술은 그때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생활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국의 도로는 한국하고는 상황이 아주 다릅니다. 일단 신호보도는 그때 그때 상황이 우선입니다. 횡단보도 파란불이 켜졌는데도 차들이 행인들 사이로 막 비집고 들어오고요. 또 정말 적응하기 어려운 게 비보호 좌회전과 유턴입니다. 일단 유턴은 유턴이 안된다는 표시만 없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또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가 없는 곳이 많은데, 이런 데에선 직진신호가 떨어지면 차들이 건너편에서 차가 오는데도 막 가로막으면서 좌회전을 합니다.
이런 무법천지식 비보호 좌회전을 자율주행차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바이두 자율주행차는 해냈습니다. 사거리에서 나는 좌회전을 해야하는데 좌회전 신호는 없는 상황이고요, 파란불이 켜져서 반대편에서 직진 차량이 오는데, 그 반대편 직진 차량이 속도를 빨리 안내니까 그 앞으로 쌩 좌회전을 하는 겁니다. 이건 정말 사람 수준이다 싶었습니다.
로보택시에 탑승할 수 인원은 두 명까지입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머리 뒤쪽에 태블릿이 하나씩 설치돼 있고요. 이 태블릿에 라이더가 찍은 현재 주행 상태와 도로 상황이 그대로 나옵니다. 자동차, 오토바이와 자전거, 행인, 장애물 같은 것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됩니다.
물론 아직 완벽한 건 아닙니다. 사거리에서 빨간불에서 섰다가 파란불로 바뀌면 너무 가속을 빨리 한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또 우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좀 이상하게 주차된 차들이 많으면 그 차들 뒤로 가서 우회전 대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는 안전요원이 잠깐 수동모드로 바꿔서 대신 운전을 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총평을 하자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상당이 올라왔다고 하겠습니다. 내년 2월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 그때 중국이 로보택시를 대거 선보일 거란 얘기가 있었거든요. 직접 타보니 이정도면 특정한 지역에선 가능할 거 같았습니다.
그럼 이제 바이두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바이두라는 회사 이름은 백번이라는 뜻인데, 남송 시대 시인 신치지가 쓴 한시의 구절인 '백번을 찾아 봐도 안 보이던 그가 어느 순간 희미한 등불을 들고 나타났다'라는 데서 따왔다고 합니다. 로고는 곰발바닥인데 곰이 먹이를 찾는 것처럼 검색을 잘 한다 이런 의미를 담았다고 하고요.
바이두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이죠.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합니다. 2위가 텐센트 계열사인 서거우인데 10% 정도니까 차이가 꽤 큽니다.
바이두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검색 외에도 바이두백과, 지도, 클라우드 이런 게 있습니다. 한국의 네이버랑 상당히 비슷하죠.
검색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인데 주가는 심심한 편이었습니다. 나스닥에 2007년 상장했고요, 공모가는 27달러였는데 상장일에 350%나 오르면서 120달러가 됐습니다. 그 이후로 100달러에서 200달러 선에서 계속 횡보했고요. 올해 초에 처음으로 300달러를 넘었었다가 다시 최근에는 150달러 부근까지 내려왔습니다. 시가총액은 500억달러 약 60조원이니까 사이즈는 좀 되죠.
홍콩에서 지난 3월에 2차상장을 했습니다. 236억홍콩달러, 약 3조5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홍콩증시에 상장하면서 재평가받을 거란 기대도 있었고요, 그래서 나스닥에서 340달러까지 올랐었는데 지금은 상승분을 다 반납한 상태입니다.
바이두는 한때 중국 대표 기업을 뜻하는 BAT로 묶이기도 했습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죠. '미국에 FANG,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있다면 중국엔 BAT가 있다' 이런 말도 했었는데 BAT나 FANG이나 벌써 5년 10년 된 옛날 얘기가 됐습니다.
주가가 횡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매출이 1000억위안으로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역시나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도 들 수 있습니다. 주가수익비율 PER이 7배니까 수십 배 씩 하는 다른 중국 테크기업들과 비교하면 한참 저평가라고 할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중국에선 작년 하반기에 빅테크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버리고 바이두를 담으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바이두가 국유기업인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저도 뭘 보고 바이두에 투자하란 얘기를 할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자율주행차를 타보니 '어, 이거 한 번 투자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술 수준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바이두는 여전히 검색엔진 1위고 매출 상당 부분을 광고에서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인공지능, AI기업이라고 정의하면서 지속적으로 변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은 2013년부터 꾸준히 개발해서 이제 결과물을 내놓고 있고요.
바이두는 올해 초에 중국 민영 완성차업체 1위인 지리자동차와 함께 스마트카 회사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지리의 지와 바이두의 두를 합해서 지두자동차고요. 두 회사는 지두차에 5년 동안 77억달러, 약 8조6000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3년 내에 첫 신모델을 내놓은 뒤 12~18개월 간격으로 계속 신차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중국에선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샤오미 이런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은 연간 3000만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입니다. 이 시장을 누가 잡느냐가 관심사인데, 이번에 본 바이두는 상당히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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