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부처 공무원이 중대재해를 당하면 장관이 1년 이상 징역 등 형사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대재해법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수장 바람막이 조직’을 설치하고 나서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커지고 있다.
14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본부 운영지원과 소속으로 안전보건계를 설치하고 직원 3명을 배치했다. 안전보건계 업무엔 ‘안전보건 관리체계 관리·감독 등 경영책임자 보좌’가 명시돼 있다. 보좌받는 경영책임자는 장관을 가리킨다고 고용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안전보건계의 다른 업무로는 △중대재해법에 따른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위험 방지 정책 수립 △안전·보건 전문인력 배치 △안전·보건 예산의 편성 및 집행 관리 등이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주무 부처로서 솔선수범하고 관련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며 “전담조직을 두지 않으면 오히려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고용부가 이렇게 나선 배경엔 중대재해법 제2조 9호가 자리잡고 있다. 이 조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등을 경영책임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행정기관의 장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로서 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고용부 산하 6개 지방고용노동청도 전담조직 설치에 나섰다. 청장 보호 목적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중부청 등 일부 청에는 이미 설치됐고 나머지 청도 인력 배치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했다.
국세청은 본청과 각 지방청에 노무사를 포함한 중대재해법 대응 조직을 최근 구성했다. 필요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규 채용도 진행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은 태스크포스 정도의 조직이지만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조만간 정식 조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도 “관련 인력을 구성하는 등 준비 중이며 법이 발효되기 전에는 조직 구성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부처도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조직 신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전담조직의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법 시행 전까지 구성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일부 부처는 조직 규모를 정하는 행정안전부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아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 부처 관계자는 “행안부나 기재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줘야 하는데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중대재해와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부처들까지 전담조직을 둬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목적이 기본적으론 근로자 보호인데 5급 이상 공무원이 주력인 부처에서 이들을 일반적인 근로자와 같이 보는 게 타당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는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이 발생한 산업재해를 말한다.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지는 등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경영책임자엔 기업의 대표뿐 아니라 행정기관의 장도 포함된다. 지난해 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중대재해법이 과도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